
도착한 곳은 지번도 없는 야산 중턱의 묘지. GPS(위치정보시스템) 좌표로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곳이다. 1m 가까이 자란 풀 때문에 도로 옆이 묘지라는 걸 알 수 없었다. 숙련된 산림조합원 3명이 30분간 노력한 끝에야 봉분의 윤곽이 드러났다.
추석 2주전이 가장 수요가 높다고 한다. 벌초 도우미 요금은 봉분 수와 묘지의 크기 등에 따라 다르다. 지역 조합에 따라서 가격의 차이가 있지만 올해 전국 산림조합의 벌초 도우미 평균 요금은 9만4000원이다.



지번도 없는 곳에 있는 묘지는 지리에 밝은 지역 산림조합의 '베테랑'인 영림단 소속 직원들이 나서야 한다. 영림단은 지역 산림조합에서 벌채, 벌목, 조림 등 담당하는 조직이다. 승용차로는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간다 한들 산 중턱에서 묘지 위치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기지리 89번지 인근 묘지 역시 길 옆에 있지만 진입로조차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눈으로만 봐선 풀숲과 묘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삼림 전문가 3명이 갈퀴 1개와 예초기 2대를 동원해 1시간 동안 작업한 끝에 기지리 89번지 인근 야산의 벌초가 마무리됐다. 진입로부터 벌초를 해야 하는 묘지는 요금도 높아진다.
산립조합은 벌초 도우미 서비스를 신청한 묘지의 위성사진을 확인하고 현장 방문 후에는 GPS로 위치를 기록한다.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묘지의 지번을 아는 어르신들이 거의 없다"며 "'마을 회관 지나서 옆길 따라 올라 가다보면 나오는 산속 어디쯤'의 방식으로 설명 해서 지역 산림 지리를 잘 아는 조합원들이 벌초 도우미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묘객들이 벌에 쏘이고 뱀에게 물릴 수도 있다. 포천시산림조합에선 벌초 작업 전 묘지 주변의 말벌집 등 위험요소를 미리 찾아 제거하고 작업한다. 또 벌초 작업 전, 중, 후의 사진을 찍어 도우미를 신청한 고객에게 보낸다. 대체로 만족도가 높다.
경기 의정부에 거주하는 박봉식씨(77)는 포천시 가산면 우금리에 부모님을 합장해 모신 묘지가 있다. 박씨는 "내 아우가 벌초를 늘 했는데 이번엔 예초기가 고장 났다고 해서 산림조합에 맡겼다"며 "진입로도 없는 묘지라 38만원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자손이 직접 하는 게 좋은 건데 죄송한 마음이 있긴 하다"며 "그래도 벌초를 깨끗이 해주니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엔 부모나 조부모의 묘지 벌초를 맡기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직접 하고 싶어도 할 줄 모르고 예초기와 같은 장비를 갖추기도 어려운 데다 시간을 내 지역까지 내려오기 쉽지 않은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