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보는이 마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연기 초능력자'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9.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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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서 무한재생 능력 지는 초능력자 주원 역할로 열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에는 다양한 초능력자들이 나온다.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남들보다 몇 배는 우월한 오감을 가진 사람도, 무한한 재생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초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뽐낸다. 무한 재생능력을 가진 장주원 역을 맡은 류승룡은 쟁쟁한 초능력자 가운데 가장 큰 초능력을 가진 인물로 황지희(곽선영)를 꼽았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변화 시켰다는 점에서였다. 인터뷰를 하던 기자들의 감탄에 "준비해온 게 아니라"며 손사래치는 류승룡의 모습에서 그가 가족과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휴먼 액션 시리즈다. 류승룡은 무한 재생 능력을 가진 전직 안기부 블랙 요원 장주원 역을 맡았다. 피날레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과 함께 마지막 에피소드를 감상했던 류승룡은 "많이 사랑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셨기 때문에 팬분들과 다 같이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며 '무빙'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무빙'은 공개 직후 한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디즈니+ 첫 주 최다 시청시리즈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OTT 훌루에서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공개 첫 주 가장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한 작품으로 등극했다. OTT 종합 화제성 순위 1위는 물론 출연 배우들의 브랜드 평판 역시 상승했다. 류승룡은 이 같은 성원에 대해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면 반응한다는 걸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흥행을 예측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예전에 웹툰을 봤고 좋아했지만, 요즘에는 빨리빨리, 그리고 짧은 것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클래식하고 진중한 작품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다들 처음에는 정주행도 안 되고, 1.5배속도 안 돼서 불만을 가지셨다가도 힘들게 보시면서 서사와 전사,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면서 점점 쌓인 것 같아요. 저희는 끝까지 조마조마했어요. 관객분들은 솔직하다는 것에 감사했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면 반응한다는 걸 느꼈어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한 재생능력을 가진 주원이 싸우는 방식은 단순하다. 다쳐도 계속 회복되기 때문에 맷집으로 버티면서 상대가 지칠 때까지 때리는 게 주원의 싸움이다. 주원은 과거 조직 폭력배 시절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장소, 다양한 상대방과 싸웠고 류승룡은 이를 모두 소화했다. 주원과 달리 재생능력이 없는 류승룡은 "현장의 모토는 무조건 안전이었다"며 액션 장면을 돌아봤다.

"게임을 하면 퀘스트를 깨면 다음 퀘스트가 주어지잖아요. 그렇게 도장깨기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육해공,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콘셉트가 다르고 대상이 달라서 정말 재미있게 찍었어요. 스트레칭과 리허설을 많이 하고 무조건 안전을 모토로 삼았어요. 사실 집에 이야기는 안 했었어요. 아들이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인데 작품을 보고 펑펑 울더라고요. 처음 보는 눈빛을 느꼈어요. 많이 착해졌더라고요."


과거 조직폭력배로 살던 주원은 다방 레지로 일하던 황지희를 만나 마음을 다잡는다. 이후 자신의 능력을 살려 두식(조인성)과 안기부 블랙 요원으로 활동한다. 류승룡은 주원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연기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주원의 매력이 인간적인 부분이에요. 상처는 재생되지만 고통은 그대로 받고, 마음은 치유받지 못해 상처받고 어린아이 같은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무빙'의 가장 큰 초능력자를 지희라고 생각해요. 지희가 보여준 선한 위로와 방향 제시가 주원에게 영향을 미쳐 변화시키잖아요. 또 두식을 만나 내가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며 변화하게 되고요. 누구에게나 그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특히 이 과정에서 나타난 류승룡과 곽선영의 로맨스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특히 지희를 향한 주원의 진심을 담은 여러 멘트가 큰 울림을 안겼다. 류승룡은 "툭툭 던지는 말들에 반응해 주셔서 놀랐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런 클래식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MZ세대는 이해 못할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공감하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세대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 같아 보람이 있어요."

자신을 변화시킨 지희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주원에게 남은 건 딸 희수(고윤정)뿐이다. 주원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재생능력을 가진 희수가 자신처럼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안기부를 떠난다. 류승룡은 희수 역을 맡은 고윤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결국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이 바로 초능력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아들이 둘이라 그런지 딸에 대한 그런 게 있었어요. 고윤정 배우가 정말 딸처럼 다가와 줬어요. 정말 고마웠고 딸은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더라고요. 워낙 준비된 배우인 것 같아요. '무빙'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전부터 99℃였고 '무빙'으로 100℃가 된거죠. 충분히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배우고 앞으로가 기대돼요. 사실 많은 분들이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경험하셨을 텐데,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행동이 바로 초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류승룡은 20대의 장주원부터 현재의 장주원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을 소화했다. 류승룡은 "교복은 안 입혀서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긴 호흡으로 캐릭터를 묘사했던 것이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제 과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20대가 더 노안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해를 해주시더라고요. 되게 민망했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래도 교복은 안 입혀서 다행인 것 같아요. 사실 시리즈물 자체를 이렇게 길게 한 것도 처음이고 그 안에서 시대와 세대를 다 그린 것도 처음이에요. 희로애락, 여러가지 감정 변화를 쏟아낸 게 처음인데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설레고 좋았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결과물 같아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류승룡은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데뷔, 어느덧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류승룡은 자신을 이끌어 준 장진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며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얼굴 보면 한 40주년 될 것 같은데요.(웃음). 정말 감사하죠. 늦었다면 늦게 매체를 시작했는데 장진 감독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연극하던 인연으로 한 번도 오디션이나 프로필 사진을 안 찍고 영화를 하게 됐어요. 영화 자체가 오디션이 되고 프로필이 돼서 순조롭게 진행됐어요. 우리나라에서 배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20년 동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럴 때 류승룡을 지탱해 준 건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였다. 지희의 따뜻한 말이 괴물 같던 장주원을 로맨티시스트로 변화시킨 것 처럼 말이다.

"제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서울예대 김효경 교수님이 '너는 늦게 피는 꽃이야. 조급해하지 마'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게 저를 붙잡은 원동력이 됐어요. 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찍을 때 이준익 감독님께 '캐릭터를 너무 소모하는 것 같다'는 고민을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땅을 깊게 파면 손은 아프지만 깨끗한 물이 나와'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 등을 끝까지 파게 됐어요. '무빙' 역시 비슷해요. 대사에도 비슷한게 있는데 '벽은 생각보다 얇다'는 거에요. 장주원은 계속 벽을 마주치는데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부담이 되지만 또 끝까지 파보면 그 벽은 의외로 얇을 수 있다는 거죠."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는 류승룡은 "연기도, 삶도 어중간하지 않고 적절한 지점을 찾는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요즘 생각하고 있는 화두를 전했다. 이러한 류승룡이 앞으로 꿈꾸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소중한 것에 대한 중요함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소중한 것에 대한 중요함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누군가의 한 마디로 인해 마음이 치유되고 위로를 받고 극 중에서도 한 마디 때문에 위로를 받고 총체적으로 받았잖아요. 작품을 통해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연기는 미술이나 음악과 달리 제 자신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위로나 공감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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