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꼼짝않는 레미콘트럭...지역별 수급 격차 '극심'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3.10.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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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믹서트럭, 강원보다 한해 730번 운행 더 해
지역별 믹서트럭 대수, 레미콘 출하량 최대 '9배' 차이
트럭 쟁탈戰 치열...믹서트럭 뺏긴 공장 수개월 '가동 중단'
전국 믹서트럭 대수로 수급 진단하는 국토부...업계 "지역별 격차 반영 못해"

집 근처 꼼짝않는 레미콘트럭...지역별 수급 격차 '극심'


국토교통부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는 지난 14년 동안 레미콘 믹서트럭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며 증차를 제한했다. 하지만 증차 제한에도 전국 믹서트럭 대수는 꾸준히 늘었는데 감사원은 이것이 사실은 믹서트럭이 부족했고, 수급조절위가 믹서트럭 수급 상황을 잘못 파악했다는 증거라고 봤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수급 분석의 신뢰성을 높이라고 통보했지만, 연구기관들 사이에는 분석에 활용할 자료가 불충분해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통계 분석을 중단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사정에 따라 증차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3일 본지가 입수한 국토부 감사보고서에 감사원은 "믹서트럭 증차 제한 제도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증차 제한에도 믹서트럭 대수가 늘어난 점이 문제가 됐다. 믹서트럭 영업용 차량 대수는 2009년 2만782대에서 2015년 2만878대, 2016년 2만1707대, 지난해 2만2609대로 늘어났다.



국토부는 이런 문제의 원인이 '부정등록'이라고 본다. 믹서트럭 영업 차량은 신규등록이 금지된 14년 동안 1827대 늘었다. 증차 제한이 시작된 2009년 영업용 차량의 8.8% 수준이다.

수급조절위는 14년 동안 믹서트럭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며 증차를 제한했는데 감사원은 믹서트럭 등록대수가 해마다 늘고, 심지어 부정등록이 이뤄지는 점에 미뤄볼 때 "시장 원리상 공급량(믹서트럭 등록대수) 증가는 공급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며 "증차 제한과 현장의 수요 증가로 부정등록이 발생하는데도 국토부는 정책을 수정하지도 불법 행위를 차단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믹서트럭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믹서트럭이 없어 레미콘을 출하하지 못하고 공사 기간이 길어졌다거나 인천에서는 한 공장이 경쟁하는 공장에 믹서트럭 영업용차를 전부 뺏기고, 대체 차량을 구하지 못해 수개월 가동을 못했다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는 한 GTX 건설현장에서 믹서트럭이 없어 레미콘을 워낙 공급받기 어려우니 레미콘 생산 설비를 직접 만든 일도 있었다.

레미콘 회사들은 영세한 곳이 많아 믹서트럭 차량을 스스로 늘리지 못하고 영업용 차주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증차 제한으로 차주들 협상력이 강해져 2009년부터 14년 동안 레미콘 가격은 5만62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57.8% 올랐는데 운반 단가는 3만313원에서 6만9700원으로 130% 오른 불균형 문제도 있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건설기계 수급 예측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예측에 활용할 만큼 공신력 있는 통계 자료가 부족해 어떤 예측을 해도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 믹서트럭 수급 예측을 했던 모 연구원은 감사원 조사를 받을 때 의견서를 내고 "믹서트럭 수급분석은 기존 시계열 기반 통계 예측을 한다면 어떤 분석을 해도 신뢰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 예측을 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사정에 맞게 증차 결정을 하게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수급조절위가 한번도 하지 않았지만, 증차 제한의 근거가 된 건설기계관리법은 지역별로 믹서트럭 수요 예측을 하도록 했다. 지역마다 믹서트럭 수급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부 통계로 지역별 레미콘 출하량을 믹서트럭 대수로 나눠 믹서트럭 한대당 한해 레미콘 운반량을 계산하면 지난해 운반량은 지역별로 최대 2배 차이가 난다. 대구 믹서트럭은 평균 1대당 9494루베(㎥)를 소화해야 하지만 강원도 트럭은 5090루베에 그친다.

지자체는 레미콘 공장 인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믹서트럭 수요 변동도 가장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2018년에 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 평창에 레미콘 공장이 7~8곳 늘었는데 업계 관계자는 "당시 믹서트럭 수요 증가를 가장 빠르게 파악한 곳은 평창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레미콘 증차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주려면 현행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야 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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