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상 영웅'으로 불렸던 그는 도망치듯 한국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벤 존슨은 이 사건으로 2년간 선수 자격이 정지됐고, 국제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벤 존슨은 이 대회 100m, 4×100m 계주 부문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1985 파리 세계선수권 60m 금메달 △1986 에딘버러 커먼웰스 게임 100m, 4×100m 계주 금메달을 차례로 목에 걸며 루이스의 자리를 위협했다.
특히 벤 존슨은 1987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2회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100m에서 9.83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의 라이벌 칼 루이스는 당시 세계 기록 타이인 9.93초를 기록했음에도 벤 존슨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세계 신기록→약물 양성…벤 존슨의 삼일천하

1988년 9월 24일, 잠실주경기장에서 남자 육상 100m 결승이 진행됐다. 벤 존슨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레이스로 9.79초라는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삼일천하였다.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적발된 것이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무분과위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경기 직후 채취한 벤 존슨의 소변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2차 검사에서도 양성이 확인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벤 존슨의 기록은 취소되고, 금메달은 칼 루이스에게 넘어갔다.
약물, 처음이 아니었다…육상 스타의 추락

이에 해당 기록도 취소되고 금메달도 발탁됐다. 여기에 더해 벤 존슨은 2년간 선수 자격이 정지됐다. 1991년 다시금 선수로 복귀했으나 결승전 진출에도 실패하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3년에는 다시 한번 도핑에 적발됐고, 결국 세계육상연맹(IAAF)에서 영구 제명됐다. 이후 그는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비롯해 알 사디 카다피 등 축구선수들의 개인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이후 반성한 것인지 2013년에는 반(反)도핑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약했다. 이때 그는 약물 스캔들이 불거진 서울을 25년 만에 다시 찾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마련된 서울 올림픽 전시관에 자신의 발바닥 부조를 남겼다.
아울러 언론 인터뷰에서 "도핑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는 돈"이라며 "기록이 좋아야 기업의 후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부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면 스포츠는 더 이상 순수할 수 없다. 선수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벤 존슨 사례에도 여전한 약물 스캔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체육계 전반에 걸쳐 도핑 논란이 불거졌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 테스트에 걸리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카밀라 발리예바가 약물 복용 자기 주도권이 없는 만 16세 이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여자 싱글 경기 출전을 허용했다.
비난 속에 경기에 나선 카밀라 발리예바는 개인전 최종 4위를 기록하며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