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늘리자고 '자격완화'?…뿔난 가정간호사 "환자도 위험"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9.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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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대비 인력 태부족, 정부 '방문간호사급'으로 입법예고
개정 땐 석사학위 불필요…협회 "비전문가 중증처치 우려"

수 늘리자고 '자격완화'?…뿔난 가정간호사 "환자도 위험"


정부가 가정전문간호사 자격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가정 돌봄 수요가 급증한 반면 가정전문간호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하지만 가정전문간호사와 해당 자격증을 준비하는 이들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한다. 가정간호의 질이 떨어지고 그만큼 환자도 위험에 노출될 것이란 주장이다.

복지부는 최근 가정간호 실시 간호사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는 3년 이상 간호사로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이 복지부가 지정한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에서 2년 이상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가정전문간호사가 될 수 있다. 보통은 가정전문간호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자격증을 딴다.



그런데 복지부가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일정 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간호사도 가정전문간호사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석사학위를 딸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교육과정에 필요한 시간 등은 복지부가 추가로 고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가정 돌봄 수요 증가 대비 가정전문간호사 수가 너무 적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방문간호와 자격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시행규칙을 개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간 가정전문간호사 배출 인원은 20~30명밖에 되지 않고 전체 가정전문간호사 수도 지난해 기준 6558명에 불과한데,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발전 전략' 자료에 따르면 가정 돌봄 간호 서비스 수요는 100만명으로 추계된다"고 말했다.



이어 "덴마크,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나 영국, 일본 등도 일반 간호사가 교육을 이수하면 가정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2019년 발주한 '지역사회 기반 간호, 건강관리, 돌봄 연계 모델 개발' 연구 용역에서 의료법에 따른 가정전문간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방문간호사와 하는 역할, 수행한 서비스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자격 기준이 달라 이를 맞춘 것"이라고 부연했다.

방문간호사는 2년 이상 간호사 경력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방문간호조무사는 3년 이상의 간호조무사 경력이 있고 700시간 이상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 수행 가능하다. 2018년 조사 기준 활동 방문간호사는 1584명, 방문간호조무사는 1671명이다.

사진= 가정간호사회사진= 가정간호사회
이 같은 복지부 입법 예고안에 가정간호사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순녀 가정간호사회장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의 입법추진과정에서 복지부, 대한간호협회 그 어느 곳에서도 실무분야 단체인 가정간호사회에 협조나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며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가정전문간호사 배출이 적다고 정책을 위해 자격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급하다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며 "30년 가까운 경력에도 아직 중증처치를 할 때면 두려운 게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간호"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정전문간호사의 자격 기준 완화는 지역사회에서 간호를 받는 대상자나 그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 모두를 위험한 환경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가정에 있는 대상자들의 중증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인공호흡기, 흡인간호, 기관튜브 교환과 각종 카테터 유지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것이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가 아닌 의사 업무인데, 지역사회라는 이유로 전문간호사의 업무가 아닌 간호사의 면허 밖 업무로 하는 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복지부 입법예고 공고란에도 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가정전문간호사 자격 완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배모씨는 "가정간호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증한 자격증인데 이유가 있어 국가 자격을 만들어 놓고 활성화를 위해 자격을 바꾸는 정책이 어디 있느냐"며 "활성화를 하려면 가정간호사가 지역에서 센터를 운영하게 하고 필요한 병원에서 센터로 처방을 보내게 해야 접근성이 어려운 지방에서도 (가정간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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