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들락하는 곳에 음란광고 '번쩍'…더 큰 범죄 키우는 불법사이트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윤지혜 기자, 변휘 기자, 차현아 기자 2023.09.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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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콘텐츠 도둑들(下)

편집자주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 글로벌 시장을 휩쓰는 K-콘텐츠의 이면에는 이를 무단도용해 막대한 수익을 취하려는 불법유통업자들이 있다. 단속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메뚜기식 영업을 하는 이들 때문에 창작자는 정당한 수익을 빼앗기고, 콘텐츠산업 생태계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불법 유통을 근절해 건강한 창작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공짜로 훔쳐 봤을 뿐?…스스로 도박·음란물 돈줄 되고 있었다
-웹툰·웹소설 도둑들은 어떻게 돈을 버나

불법 OTT 사이트 후후티비의 메인 화면. 불법 도박 사이트와 불법 음란물 사이트 배너 광고가 20개 달려있다. /사진=후후티비 갈무리불법 OTT 사이트 후후티비의 메인 화면. 불법 도박 사이트와 불법 음란물 사이트 배너 광고가 20개 달려있다. /사진=후후티비 갈무리


웹툰·웹소설·드라마 등 K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에는 불법 도박과 성인물 사이트 배너 광고들이 즐비하다. 불법 콘텐츠는 미끼고, 이를 통해 불법 도박 또는 음란물 사이트에 넘어오도록 유혹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들 사이엔 이미 텔레그램·디스코드 등으로 카르텔이 형성돼있다. 불법 콘텐츠 복제·유통 사이트 이용은 그저 공짜로 훔쳐볼 뿐만 아니라 불법 도박·성인물 업계가 돈을 벌 수 있게 돕는 것이다.



25일 머니투데이가 불법 콘텐츠 사이트 메인 화면을 확인한 결과, 모든 사이트에서 도박·성인물 배너 광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사이트 메인에 배너 광고 게재를 의뢰할 수 있는 텔레그램 아이디를 명시해 놓기도 했다. 일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진이 직접 불법 웹툰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들락하는 곳에 음란광고 '번쩍'…더 큰 범죄 키우는 불법사이트
불법 웹툰·웹소설 유통 사이트 중 △뉴토끼(마루마루)는 메인 화면에만 도박 사이트 27개 △뉴토끼 대체 사이트 '마나모아'에서는 36개의 도박 사이트 △프릭툰에는 도박 9개와 성인물 3개 △스카이툰에는 2개의 도박 사이트와 4개의 성인물 사이트 광고가 있었다. 또 △아지툰(20개) △늑대닷컴(17개) △펀비(9개) △툰사랑(9개) 등에도 불법 도박 배너 광고가 여럿이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불법 유통하는 사이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누누티비를 계승한 △후후티비에는 도박 18개와 성인물 2개 사이트 △티비모아에는 도박 사이트 49개와 성인물 1개 △티비좋다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 19개와 명품 가방 등을 불법 복제하는 레플리카 제작 사이트 광고도 있었다.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불법 만화·웹툰 복제·유통 사이트 제이마나. /사진=제이마나 갈무리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불법 만화·웹툰 복제·유통 사이트 제이마나. /사진=제이마나 갈무리
구글 애드센스 같은 글로벌 기업의 광고 프로그램이 달린 곳도 있었다. 구글 정책에 따르면 '불법 등 상습적으로 저작권 침해 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를 하는 사이트에는 애드센스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불법 웹툰·웹소설 유통 사이트인 △제이마나가 구글 애드센스를 활용하고 있었고, 불법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이트인 △Ktownstroy도 구글 애드센스와 RTB하우스라는 글로벌 기업의 스트리밍 동영상 광고 솔루션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심사받을 때는 정상적 웹사이트였으나 이후 불법·불량 사이트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구글 측에서 등록·관리 모니터링을 하겠지만, 담당 인력 대비 사이트가 너무 많아 완전 방지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뉴토끼나 후후티비 등을 이용하면 단순히 불법 복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불법 도박 및 불법 음란물 유통 범죄에도 가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웹툰 불법 유통 대응 TF팀(P.CoK팀) 담당자는 "불법 웹툰 사이트 증가는 청소년 도박 관련 사회문제 증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고, 불법촬영물과 마약 등 다른 온라인 범죄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히 저작권 보호 측면을 넘어 온라인 범죄의 유입 경로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운영자를 검거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1주일 쏟았는데 3분만에 도둑질…불법사이트 이용자 죄의식 '0'
-웹툰작가·OTT업계 "불법공유 처벌 강화해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절망적이었죠. 창작할 동력을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 신인 작품상을 받은 네이버웹툰 '위아더좀비'의 이명재 작가는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자기 작품을 발견했을 때 심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매주 유료결제하던 작품을 무료로 보니 좋다'는 댓글엔 마음이 무너졌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불법유통은 단순 '얼마를 덜 번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터전을 위협하고 창작 의지를 꺾는 문제다.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업계도 아우성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올 1분기 400억원 적자 배경으로 "불법 사이트 영향으로 신규 콘텐츠가 기대 대비 가입자 성장에 영향을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누누티비 등으로 OTT와 기존 레거시 미디어까지 피해를 본다"면서 "누누티비 종료 직후 한국 플랫폼 MAU(월간활성이용자)와 앱설치횟수가 올라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창작자들은 콘텐츠 불법유통을 막으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콘텐츠 불법유통으로 저작권 침해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양형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접속 차단 심의 빈도도 주 2회에서 상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불법 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이버웹툰 '주욱 같은 하루'의 민영 작가는 "불법 사이트를 막는 것 만큼 이용자들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웹툰작가 A씨도 "일주일 내내 공들인 작품이 공개 3분 만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다"며 "내 작품을 미끼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도 문제지만 죄의식 없이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글 등 포털에서 작품명을 검색하면 공식 연재 사이트가 뜨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만큼 이용자 대상 저작권 보호 인식개선도 필수적이다. 네이버웹툰 '돼지우리'로 유명한 천범식 작가는 "불법 콘텐츠를 보는 건 물건을 훔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웹툰이) 손에 잡히는 게 아니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창작물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소비하면 창작자도 수익을 바탕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양질의 콘텐츠로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작가도 "과거 당연시됐던 음원 공유가 현재는 불법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불법 사이트 이용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정부가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웹툰작가 B씨는 "최근 러시아·스페인어권 국가에서도 한국 웹툰을 불법 번역해 단행본으로 보는 추세"라며 "그 나라 언어로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보니 불법 번역·유통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해외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빙' 공짜 시청, 이제 그만…'어둠의 경로' 막는 법안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디즈니플러스나 넷플릭스와 같은 유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나 웹툰 등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서비스가 활개를 치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사업자의 콘텐츠 차단 의무를 강화하고, 불법 복제물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해주도록 하는 등의 법안들이다. 많은 불법 사이트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운영되며 매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는 만큼 정치권이 '누누티비'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누누티비 방지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변 의원 안은 국내에 데이터를 임시저장하는 서버를 설치·운영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게 불법정보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해외에 위치한 본사 서버가 아닌 국내 혹은 인근 국가에 임시 저장소인 캐시서버를 만들어 주요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뒀다가, 서비스 이용자가 콘텐츠를 재생하면 이 캐시서버에서 콘텐츠를 불러오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간 정부는 통신 사업자들을 통해 불법 사이트에 대한 차단 조치를 해왔다. 하지만 통신 사업자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망에 차단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미 캐시서버에 저장된 콘텐츠에는 이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통신사업자는 물론 캐시서버를 운영하는 사업자(CDN)에게도 접속차단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10대 들락하는 곳에 음란광고 '번쩍'…더 큰 범죄 키우는 불법사이트
정부·여당 역시 누누티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지난 7월3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공짜 시청은 콘텐츠 업계에 악성 코드처럼 교묘히 침투하고 있다"며 "정부는 콘텐츠 업계에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고 콘텐츠 산업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반드시 (불법 사이트를) 근절시키겠다"고 했다.

지난 7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불법 복제물을 유통하는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현장조사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현장조사를 방해하면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 이 의원 안은 △불법 복제물을 게시하거나 링크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불법 복제물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 배상액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불법 사이트를 빠르게 차단해 저작권 침해를 막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자 의결로도 차단 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시간으로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물리적인 회의를 소집해야만 차단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변 의원은 "누누티비 방지법(접속차단 사각지대 해소법안)은 최후 수단적 규제이고, 제2의 누누티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불법유해정보를 생산·유포하는 행위자를 찾아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이라며 "특히 해외 불법 도박사이트와 같은 사이버 범죄는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국제 합동수사단을 통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불법 사이트는 차단 즉시 다른 경로로 또 등장하므로 차단만이 답은 아니다. 정부 당국이 지속적인 관리·감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관계 기관 간 협의체를 만들어 범정부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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