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에 '횡재세'"…伊멜로니, 비판 쏟아지자 반걸음 뒤로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9.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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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준비액 강화 시 횡재세 부과 면제,
세금 상한도 위험가중자산 기준 조정…
"주가 폭락·ECB 지적에 타협안 마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뉴스1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뉴스1


지난 8월 갑작스러운 은행 횡재세(windfall tax) 부과 발표로 각종 비판에 시달렸던 이탈리아 정부가 개정안을 마련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지적이 나온 지 2주 만의 조치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정부가 마련한 '은행 횡재세' 개정안 초안에는 이탈리아 은행이 순이자이익(NII,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값)을 일회성 세금(횡재세)으로 납부하는 대신 기본 준비금 강화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전체 징수액은 초안 때와 같이 30억유로(약 4조2700억원)로 유지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이 지급준비액 규모를 세금으로 부과해야 할 금액의 2.5배로 늘려 보통주 자본 비율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경우 횡재세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준비금이 이후 배당금으로 분배되면 은행은 세금 전액과 만기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또 세금 상한선도 기존 총자산의 0.1%가 아닌 위험가중자산의 0.26%로 수정했다.

아울러 세금 부과 기준도 조정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8월 2021~2022년 NII이 5%를 초과하거나 2021~2023년 NII이 10%를 초과할 경우, 이 중 높은 값으로 측정한 은행 NII의 40%를 횡재세로 부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2021~2023년 NII 중 10%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한 40%만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블룸버그는 "의회의 승인을 거쳐 다음 주 구속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개정안은 이탈리아 은행 주가 폭락과 ECB의 비판에 따라 우파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정부가 타협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8월 각료회의를 통해 1년간 한시적으로 세율 40%의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ECB의 금리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소비자에겐 그만큼의 (예금금리) 인상은 없었다"며 횡재세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은행들이 금리인상 시기에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려 올해 상반기에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익을 얻었지만, 예금금리 인상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은행업계는 정부의 방침에 크게 반발했고, 횡재세 도입 발표 이후 유럽 증시 내 은행 관련 종목의 주가는 크게 추락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횡재세 부과에 상한선을 둘 것이라며 진정에 나섰지만 비판은 이어졌다.


멜로니 총리는 횡재세 부과 방침은 고수하면서 세금 부과 기준을 기존보다 크게 완화한 개정안 마련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ECB는 지난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사회에서 이탈리아의 은행 횡재세가 은행 부문을 경기침체 여파에 더 취약해하게 만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횡재세 부과로 이탈리아 금융권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비오 베를루스 전 이탈리아 총리의 장녀이자 베를루스코니 가문의 지주회사 핀인베스트 회장인 마리나도 "어느 정도의 이익이 초과 이익인지 누가 결정하느냐"며 횡재세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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