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7개 기업이 RE100에 신규 동참했다. 지난해 신규 가입 기업 수 58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3분기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전년보다 가입 열기가 저조한 셈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20년 SK그룹 6개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삼성·현대차·LG·롯데 등이 경쟁적으로 가입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7개 기업만이 RE100을 선언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37개 OECD 가입국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이다. 지난 10년간 태양광·풍력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음에도 3.4%에 불과하다. 1위 아이슬란드(81.1%)와 24배 격차를 보인다. OECD 평균과도 7배 가까이 차이 난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소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전체 전력 생산량과 관계없이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만을 따졌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제조국가인 독일·영국·프랑스 등도 OECD 평균을 하회한다. 미국·일본 등도 하위권이다.
재계가 탈(脫)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RE100 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수출경쟁력마저 저하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런 기조는 RE100을 선언한 기업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RE100을 선언한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이 50%가 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 단 한 곳이다. 2위 삼성전자와 3위 SK하이닉스가 30% 안팎의 조달률을 보이는 가운데 4위 LG전자 5위 현대차의 조달률은 한 자릿수다. 2021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총량은 43TWh다. 이는 전력소비 상위 4개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제철·삼성디스플레이) 수요에 대응하는 데도 벅찬 게 사실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탄소발생 억제만 놓고 보면 RE100보다 CF100이 더 나은 게 사실"이라면서 "RE100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조달을 지향하면서 기업들에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나온 전기를 사용한 만큼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s)를 구매하도록 하지만, CF100은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원전을 포함하기 때문에 RECs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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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근 윤 대통령이 UN총회에서 무탄소에너지(CFE) 국제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 것은 인류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데 현실성 있는 대안임은 분명하다"면서 "북미·유럽 고객사의 강한 요구로 RE100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제안대로 국제사회가 움직여주길 바라지만, 원전에 대한 각국의 견해차가 CF100이 RE100 대체하는 데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락가락한 전력으로 어떻게 공장을…CFE로 전력부담↓·수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9.21.
신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충당하는 'RE100'은 높은 발전 단가와 발전의 변동성으로 인해 전력망을 유지하기 어려운 탓에 안정적이면서도 탄소 중립적인 에너지를 더해 탄소중립을 이행하자는 것.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에서 CFE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의도도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수력발전을 포함해 9.17%에 불과하다. 올해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3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는 134.1TWh(테라와트시)로 불어나 전체의 21.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과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저감목표) 달성을 위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키운다는 구상이지만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고전력 산업 비중이 큰 우리 경제를 굴리는 건 부담이 크다.
일조량과 풍량 등에 따라 발전량이 갈리고 과다 발전 시 송전망에 무리를 주는 신재생에너지로 제조업 기반 경제를 운영하는 것 역시 비용증가로 이어질 전망. 실제로 태양광발전의 경우 호남과 제주 등 설비집중 지역에 과잉발전 현상이 벌어지고 송전망 차단을 통한 출력제어 조치가 잦아지면서 지역 사업자와 전력당국간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인접국가와 전력망을 공유하는 유럽, 미국과 달리 전력을 자급자족해야하는 우리나라 특성도 CFE 제안의 배경이다. 유럽연합(EU)은 인근 나라에서 전기를 사올 수 있도록 송전망을 갖추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 역시 전력망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지역의 기상상황 등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부족하면 인근 발전량 여유 지역에서 전력을 사올 수 있지만 고립형 전력망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필요한 전력을 자체조달해야 한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국뿐만 아니라 다른 고립형 전력망 운영 국가에도 RE100보다는 CFE를 통한 탄소중립을 제안하는 이유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의 목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지 재생에너지를 최우선으로 써야한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바뀐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충당할 수 없는 탓에 RE100은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량 증가보다 돈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인정제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CFE를 통해 이산화 탄소를 줄이고 있다는 인증을 받고 수출 등 기업활동을 하도록 근거를 마련해야한다"며 "CFE를 통해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였는지 적극적인 실적보고를 하고 원전 수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차별화된 활동을 통해 CFE를 국제사회에 소개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