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밸류체인' 퇴출 가능한가…美 '우려단체' 지정에 촉각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3.09.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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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의 해외우려단체(FEOC) 지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 원료 및 소재를 제공하는 중국 업체들이 FEOC에 이름을 올릴 경우, 북미에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4일 중국 화유그룹 산하 유산과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톤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북미 지역에 공급할 LFP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어서, 이곳에서 생산한 양극재의 경우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LG화학은 모로코에서 화유그룹 산하 화유코발트와 리튬 컨버전 플랜트 사업도 추진한다. 또 인도네시아 연산 5만톤 규모 전구체 공장 설립, 니켈 중간재(MHP) 추출 제련 공장 설립 역시 검토한다.

LG화학은 이같이 중국 업체와 포괄적 협력 계획을 발표하면서 "양사는 추후 IRA의 FEOC 규정에 따라 지분 비율을 조정한다는 방침 "이라고 힘을 줬다. FEOC는 미국 정부가 IRA에 따라 발표할 일종의 '거래 금지 블랙리스트'다. 아직 세부 내용이 확정된 바 없지만, 중국 소재 및 원료 업체들을 겨냥할 게 유력하다. FEOC에 지정된 기업이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는 2024년부터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이 포함된 전기차는 2025년부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LG화학 측의 발표는 FEOC에 만약 화유그룹이 이름을 올리면, 합작사(JV)에서 LG화학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통해 IRA 보조금 혜택을 받겠다는 뜻에 가깝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여타 업체들 역시 이와 비슷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중국 기업과 JV를 만든 것으로 안다"며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중국산 원료의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지난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 일곱번째부터 천쉐화(Chen Xuehua) 화유코발트 동사장, 남철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부사장LG화학은 지난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 일곱번째부터 천쉐화(Chen Xuehua) 화유코발트 동사장, 남철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부사장
실제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국내 유력 업체들은 올들어 일제히 중국 업체와의 협력에 나섰다. 원료의 원활한 수급을 필요로 하는 한국 기업, IRA의 우회로를 확보해야 하는 중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IRA 지침에 따르면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추출 및 가공할 경우 보조금 지급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한-중 JV들은 한국과 모로코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

JV 지분율 조정의 경우 확실한 안전핀은 아니란 평가다. 미국 정부가 어느 수준의 FEOC 기준을 발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성은 한국무역협회(무협)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FEOC 기준을 강화해 중국 기업과의 합작사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최악의 경우 사업을 철회하거나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탈중국'이다. 문제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무협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양극재 원료 중국 수입 의존도의 경우 리튬 60.4%, 황산코발트 100%, 전구체 97.4%에 달했다. 음극재 원료인 흑연 역시 90% 수준이 중국산으로 파악된다. 남미, 호주, 아세안(ASEAN) 지역으로 수입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하루 아침에 뒤집을 수는 없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FEOC와 관련한 불확실성 해소를 요청하고 있다. FEOC의 명확한 정의뿐만 아니라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들에 대한 유예기간 적용, 중국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세부수칙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지난 22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포스코퓨처엠·SK아이이테크놀로지·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여기에서도 이런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역시 중국을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완전히 제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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