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돈은 내연녀가 챙겨도 상속세는 본처가 내야 한다?

머니투데이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2023.09.2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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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씨는 대학 시절 만난 선배와 결혼했다. 남편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둘은 1남1녀의 자식까지 두어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하러 갔던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남편이 황망하게 떠난 후 현주씨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생활을 회복하던 중 세무서로부터 한 통의 고지서를 받게 된다. 그 속에는 현주씨가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현주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 사망 후 상속세를 다 냈기 때문이다. 현주씨는 수소문해서 남편이 죽기 3년 전에 내연녀에게 10억원을 증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현주씨는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고 내연녀에게 10억원을 준 것에 분노했지만 그녀가 더 억울하고 황당하다고 생각한 것은 내연녀가 받아간 10억원에 대한 상속세 증가분 3억원을 자신이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주씨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 상속세를 낼 수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현주씨. 그녀의 억울함은 해결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현주씨는 억울함을 풀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피상속인(망자)이 사망하기 전 5년 내 상속인 외의 자에게 증여한 재산을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내도록 돼 있다. 현주씨의 남편이 죽기 3년 전에 내연녀에게 증여한 10억원도 남편의 상속재산에 포함돼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 규정은 피상속인이 죽기 전에 상속재산을 빼돌려 상속세를 적게 내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 규정이 없다면 피상속인이 친인척 등에게 재산을 증여해 낮은 세율로 증여세만 낸 후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나서 상속인들이 친인척으로부터 재산을 되찾아오는 방식으로 고율의 상속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3자가 증여받은 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더라도 상속세는 상속인들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제3자에게 증여한 금액까지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인들에게 상속세를 부담시키는 현행 세법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재산권 보장보다 상속세 탈세방지라는 공익적 목적에 더 가치를 두어 해당 규정은 여전히 합헌이라는 입장이다.(헌법재판소 2001. 12. 20. 선고 2001헌바25 결정, 2002. 10. 31. 선고 2002헌바43 결정, 2006. 7. 27. 선고 2005헌가4 결정)

하지만 돈은 내연녀가 챙겨도 상속세는 본처인 현주씨가 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 정부는 피상속인이 아니라 상속인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이 도입된다면 내연녀가 남편으로부터 받아간 돈은 현주씨가 상속받은 것이 아니므로 현주씨가 상속세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 유산취득세 도입시 현주씨와 같은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 규정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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