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가 R&D 예산삭감 이대로면…"신진연구자 1200명 감원"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3.09.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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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예산 일괄삭감 후폭풍] 25개 과학 연구기관, 미래인재 육성·활용 '빨간불'

내년도 정부 R&D(연구·개발)예산안이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될 경우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대규모 신진연구자 감원이 불가피한 것으로 추산됐다.  /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내년도 정부 R&D(연구·개발)예산안이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될 경우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대규모 신진연구자 감원이 불가피한 것으로 추산됐다. /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내년도 정부 R&D(연구·개발)예산안이 올해 대비 5조2000억원(16.6%) 깎인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될 경우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만 약 1200명이 넘는 신진연구자 감원이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R&D예산안은 기획재정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상태로 최종 국회 예산심사만 남은 상황이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도 R&D 예산삭감에 따른 연수직 인력 감축 규모는 약 1200명 이상으로 예상됐다. 출연연 연수직은 박사후연구원(Post-Doc)과 학생연구원(학·석·박사생), 인턴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25개 출연연에는 박사후연구원 1087명, 학생연구원 3089명, 인턴 715명 등 총 4891명이 일하고 있다. 연수직 인건비는 출연연 주요사업비에서 주로 지출된다. 내년도 25개 출연연 주요사업비는 8859억원으로 올해보다 2989억(25.2%) 깎인 상황이다.

현재 출연연별로 예산삭감을 반영한 내년도 사업·연구인력 운용계획을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삭감 폭을 고려하면 최소 1200여명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감원 규모는 연수직 1인당 인건비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출연연별 내년도 예산삭감 비율을 적용한 결과다.



기관 주요사업비가 많거나 학생연구원 비중이 높은 출연연일수록 인력 감원 피해는 더 크다고 추산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올해 연수직 인력만 1542명으로 내년도 예산 삭감비율(21.5%)을 적용하면, 최소 330여명 이상을 감원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뒤를 이어 한국생명공학연구원(190여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130여명),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120여명)이 감원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재료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최소 50명 이상 연수직을 줄여야 한다고 추산됐다.
정필모 의원은 "박사후연구원, 학생연구원 등은 25개 출연연 R&D 인력의 한 축이고 연구자 개인에게도 경험을 쌓고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며 "일괄적인 R&D 예산삭감이 인건비 축소로 이어져 출연연 연수직들이 계약 조기종료나 채용 축소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력 감원 추계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5대 과학기술특성화대 통계는 제외한 수치다. 이들 기관까지 포함하면 인력 감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학계에선 예산삭감과 그에 따른 대규모 인력감원이 R&D과제 부실화, 연구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장기적으로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심화시켜 인력양성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도 신진연구자 지원 예산은 올해 대비 2233억원(41.8%) 늘린 7581억원을 편성했다고 해명한다. 전체 출연연 주요사업비 삭감과는 별개로 신진연구자를 위한 예산과 R&D 사업은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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