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말 신규 유망 사업을 발굴하던 중 온라인 의류 쇼핑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에 주목했다. 온라인으로 의류를 구매할 경우 착장이 불가능하고 브랜드 별로 사이즈가 달라 구매 후 수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다. 이에 고객과 수선집을 연결하는 O2O 의류 수선 플랫폼을 떠올렸다.
학생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선 의류 문앞 수거·배송까지 가능해야 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선 지역 내 비대면 세탁 서비스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얼핏' 앱은 고객이 의류 사진을 찍고 수선 요청 내용을 남기면 수선사의 예상 견적서 발송 → 고객 수락 → 수선 완료 후 최종 견적서 발송 → 고객 승인 및 결제 등으로 이뤄진다. 의류 수거와 배송 기능은 비대면 세탁 앱과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내부 테스트 결과를 반영해 상세 기능 추가 등을 최종 완료한 뒤 사내독립기업(CIC), 스핀오프(spin-off·분사) 등을 포함해 사업화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사업화 추진이 결정되면 앱 개발 학생들에게도 '얼핏' 담당자로 사업조직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의 능동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혁신을 강조해 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정 회장은 평소 "개방적 관점을 바탕으로 내외부 협력과 연결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2020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협의체 도입 이래 '나이스웨더'(편의점 콘셉트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스미스앤레더'(천연 소가죽 활용 액세서리 맞춤제작) 등 스타트업 총 12곳에 약 34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킥더허들'에 투자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매장인 '핏타민'을 더현대 서울에 오픈했는데 주변 건기식 브랜드 대비 6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톱 기업들과 손잡는 것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함께 국내 첫 공식 '디즈니 스토어'를 론칭했다. 세계 1위 식품 기업 네슬레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해 차세대 건기식 개발 등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 등을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기업부터 유연한 사고와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대학생까지 앞으로도 전통적인 유통 부문 외 영역을 아우르는 경계 없는 협업을 추진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