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인 미국 예일대 학생들에게 서울시정의 최우선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을 전파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예일대학교의 맥밀런센터 루스 홀 강당에서 진행한 특별강연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학교 맥밀런센터 루스 홀 강당에서 예일대 학생, 교수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155석 규모의 강당은 강연 시작 10분 전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한 학생들로 꽉 찼다. 서서 듣는 학생들까지 있을 정도로 200여명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강연은 약 30분 내내 영어로 진행됐다. 오 시장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운을 뗐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차분하게 강연 내용을 전달했다. 실제 강연 분위기는 진지했지만 오 시장의 유머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강연에서는 취약계층이 경제적·신체적 이유 등으로 공정한 경쟁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공정한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서울런' △기존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안심소득' △노숙자, 저소득층 대상 철학, 역사 등 인문학 수업을 여는 '희망의 인문학' 등이 대표적으로 소개됐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오 시장은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한 사람이 된다"며 "이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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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학교 맥밀런센터 루스 홀 강당에서 강연 이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우선 에릭 함 인류학 교수는 오 시장에게 서울의 부동산 가격 관리에 대해 물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면서 "서울에 더이상 빈 공간이 없어서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려면 오래된 것 허물고 더 많은 집을 지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인구감소 대책에 대한 질문에 오 시장은 "저출생에 많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교육비가 많이 든다"며 "첫 해결법은 시와 정부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이민 확대를 두 번째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 시장은 "이민이 저출생 문제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논의가 시작됐고 1~2년 후 많은 국민이 점점 동의할 것"이라며 "서울에만 54개 대학이 있고 동남아 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온다. 그들이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학생들의 질문 공세는 매서웠다. 오 시장은 답변하는 중에 여러 차례 '휴~'하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오 시장의 강연 주제에 맞춰 양성평등, 여권신장 정책을 묻는 질의에 오 시장은 "공공 부문에서는 자연스럽게 여권 신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체 등 민간, 정치 부문에서는 유리천장이 남아있어 좀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진 페미니즘 질의에 대해서도 "역사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기에 반작용으로 한국의 페미니즘은 과격하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형평이 이뤄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0년 전만 해도 선택적 복지 편에 섰는데 현재 추진하는 대중교통 정책(기후동행카드)은 보편 복지를 향한 방향으로 보인다"는 날카로운 지적에 오 시장은 "대중교통 요금을 일정한 비율만 내면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하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수입이 적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라며 "어차피 승용차 타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제 철학이 바뀌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공공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오 시장은 " 공교육은 본질적으로는 교육청 관할이기 때문에 공교육을 어떻게 살릴지 저한테 권한이 없다"고 언급한 뒤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위치가 된다면 좀 더 공교육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장 만난 한 여학생은 "오 시장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면서 "(강연을 들으니) 여러가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다.
리셉션 장에서도 오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오 시장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사진 요청은 물론 반갑게 인사하는 한인 학생들과 악수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 시장은 어느샌가 '인의 장막'에 둘러싸였지만 표정만은 즐거워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를 방문해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민, 중산층 가정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예일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 지원정책 등을 청취했다./사진제공=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