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찬규.
8회초. 여전히 마운드에는 LG 선발 임찬규가 서 있었다. 2아웃까지 잘 잡은 뒤 이도윤에게 안타를 내준 임찬규. 그리고 후속 박상언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8구째 회심의 커브를 뿌렸다. 큰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 공에 박상언의 배트가 헛돌았다. 홀로 8이닝 완벽투를 책임진 순간. 그의 96번째 공. 그리고 임찬규는 주먹을 휘저으며 힘차게 포효한 뒤 옆으로 겅충겅충 뛰면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 임찬규를 향해 LG 팬들이 '임찬규'를 연호하며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임찬규는 모자를 벗은 뒤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임찬규가 또 한 번 뭉클한 인생투를 펼친 순간이었다.
LG 임찬규.
1회 선두타자 이진영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최인호를 병살타로 유도했다. 이어 채은성에게 3구째 속구를 공략당하며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날 임찬규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이후 윌리엄스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임찬규.
LG 임찬규.
LG 임찬규.
지난 11월이었다. LG의 모든 시즌이 끝난 뒤 임찬규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으나, 권리 행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심 끝에 신성한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개인적인 부진도 있었지만, 2011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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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LG 염경엽(왼쪽) 감독과 임찬규.
어느덧 프로 13년 차. 2018 시즌 11승에 이어 2020시즌에는 다시 10승을 거머쥔 그였다. 지난 시즌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잠시 주춤했던 그가 올 시즌에는 27경기(23선발)에 등판해 12승 3패 평균자책점 3.5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127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25피안타(8피홈런) 48볼넷 93탈삼진 58실점(50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6, 피안타율 0.253의 성적을 올렸다. 시즌 초반에는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김윤식과 이민호의 이탈 속에 다시 선발 보직을 맡았다. 그리고 가히 대반전이라 할 만한 성적을 올리며 LG 마운드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사실 전반기 LG는 켈리와 김윤식, 이민호, 이정용이 모두 제 모습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임찬규와 플럿코라는 두 기둥이 마운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 후배들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면서 자칫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임찬규는 특유의 초긍정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감독님께서 중간으로 나가라면 나갈 것이다. 준비를 잘해서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 보이겠다. 후배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면서 제 가치와 실력을 통해 팀에 헌신하고 싶다. 충분히 잘할 수 있고,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저, 아직 젊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던 임찬규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며 누구보다 떳떳한 최고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LG는 사실상 올 시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임찬규의 뜨거운 가을야구를 LG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
LG 임찬규(왼쪽에서 세 번째)가 23일 승리 투수가 된 이후 코치진 및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LG 임찬규(왼쪽)가 23일 한화전을 마친 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G 임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