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수요에 열일로 보답하는 이상이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9.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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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이상이는 악역과 젠틀한 이미지를 넘나든다. 데뷔 초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오동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양태수 역을 맡으며 악역 인상을 심어주더니 '오월의 청춘', '갯마을 차차차'에서 젠틀남 이미지를 굳혔다. '사냥개들'에서는 통쾌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한강'에서는 다시금 악역으로 돌아왔다. 10년 차에 접어든 이상이는 자신을 향한 뜨거운 수요에 대해 끊임없는 작품으로 보답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지난 13일 공개된 '한강'은 한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한강경찰대가 한강을 둘러싼 범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상이는 한강개발사업에 뛰어든 개벌업자 황만대(최무성)의 조카이자 한강 리버크루즈 이사 고기석 역을 맡았다.



고기석은 황만대의 신임을 얻기 위해 악행도 서슴지 않는 전형적인 '빌런'이다.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며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결하며 자신보다 아래라고 여겨지는 인물에게는 욕설과 폭행도 거리낌 없이 구사한다. 이러한 모습들이 이상이가 고기석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전에는 젠틀한 연기를 많이 해서 이번에 도전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도 다양한 역을 하는 게 재미있어서 시작했거든요. 로맨스, 짝사랑 이런 쪽을 많이 찍어 액션, 악역을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모든 사람들 앞에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기석이 유일하게 맥을 못 추는 인물이 있다. 삼촌이자 회장인 황만대 회장이다. 평소 황만대 회장의 신임을 얻고 싶어 하는데 정작 앞에서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고기석은 분명한 악인이지만, 삼촌인 황 회장 앞에선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모습은 때론 측은해보이기도 한다.

"황만대 회장 앞에서 겁먹거나 움츠러드는 모습이 극대화되어야 기석이가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았어요. 저도 처음부터 측은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갔어요. 사랑에 대한 부재를 느꼈고 악덕스러운 삼촌 밑에서 삐뚤게 자란 방식이 사랑받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마냥 악인이라고 하기에는 어린애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계속해서 황 회장의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내 실패하는 고기석은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점집에 들른다. 이번 일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무당의 말에 기석은 점점 의지하게 된다. 특히 4회에서는 무당과의 베드신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상의 탈의 장면을 보였던 이상이는 "이유와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그 베드신이 기석에게 가지는 의미에 더 집중했다.

"연기를 하려면 배역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하잖아요. 감독님과 기석이의 설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부모의 사랑 부재로 삐뚤어진 친구라는 것으로 잡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황 회장에게 사랑을 고파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데 결국은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무당을 통해 점쳐보기도 하고 그런거죠. 베드신 장면도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삐뚫어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작 '사냥개들'에서도 상의를 벗은 장면이 많아서 부담스럽거나 두렵진 않았어요. 이유와 목적이 뚜렷하다면 노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데 이번에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이상이는 직접 소형 선박 조종 면허증을 따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전작인 '사냥개들'에 이어 다양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이상이는 "심장이 쫄깃해지고 차진 맛을 주는 게 매력"이라며 액션에 대한 욕심을 더욱 드러냈다.

'더 센 악역도 해보고 싶은데 요즘에는 액션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심장이 쫄깃해지고 차진 맛을 주는게 매력인 것 같아요. UFC나 격투기를 보고 환호하는 것처럼요. 지금 맛 들렸을 때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상이가 액션 호흡을 맞춘 배우는 권상우. 예전부터 액션 연기만큼은 지지 않는 배우였다. 이상이는 이러한 권상우를 보며 "한국의 톰 크루즈"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상우 형은 진짜 '한국의 톰 크루즈' 같아요. 카메라 앵글에 따라 대역이 할 수 있는 장면도 스스로 하세요. 차에 매달린다거나 이런 것들도 모두 하시더라고요. 위험한 장면도 경험이 많아 그런지 요령이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저도 실제 배에서 한 것도 있고 CG도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형님 얼굴에 야구 공 케이스를 던지는 장면은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에는 다른 분들이 던져 주셨어요."

단순히 액션으로 합을 맞춘 것 외에도 권상우와 이상이는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권상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히트맨'에서 이상이는 단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약 4년 만에 권상우를 다시 만난 이상이는 어엿한 메인 빌런으로 성장했다.

"신기했어요. '히트맨'에서도 상우 형이랑 대치했거든요. 저는 허성태 형님의 부하였어요. 그때는 먼발치에서 봤는데 이제는 형이라고 부르고 가까이에서 보는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감동적이거나 뭉클하기보다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쪽이 강했어요."

비단 권상우와의 인연뿐만이 아니다. 2014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 10년 차의 접어든 이상이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한순간에 뜬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온 걸 알 수 있다. 이상이 역시 지난 기간을 돌아보며 "여전히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계속 뭔가 시도하고 노력했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어요.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각자의 기준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시는데 그런 것도 경험을 통해 생기셨을 테고 저는 아직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쪽이 강해요. 특히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의 규모나 소재가 다양해진 만큼 이것저것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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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상이는 올해 '사냥개들', '한강' 두 작품을 공개하고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에는 SBS 드라마 '마이데몬' 역시 방송된다. 이처럼 작품을 활발히 하는 이유에 대해 "수요와 공급을 따라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상이를 향한 수요를 높인 데에는 MBC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도 한 목했다.

"예전보다 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 같아 공급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석구 선배님이 '다작이 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열심히 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또 예능이 주는 힘도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보고 편안한 감정과 이미지를 느끼시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 멜로나 부드러운 이미지를 많이 연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냥개들'이나 '한강'은 완전 상반됐거든요. 20대의 건강함에서 30대의 어른스러운 에너지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 공개되지 않은 5, 6화에는 이상이와 고기석의 다양한 모습이 공개된다. 권상우와의 더 다양한 액션은 물론 소형 선박 조종 면허를 딸 수 밖에 없던 이유도 등장한다. 또 황만대 회장과 고기석의 사연도 드러나며 고기석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상이는 '한강'을 통해 "나빠보이고 재수없어 보였으면 좋겠다"며 마지막까지 시청을 당부했다.

"예전에는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었다면, '한강'에서는 조금 나빠 보이고 재수 없어 보였으면 좋겠어요. '빨리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시게끔요. 가수에게 '노래 잘했다'고 하는 것처럼 그건 배우에게 좋은 칭찬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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