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판 모더나'는 없다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9.2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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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연구원들이 2021년 12월21일 충북 청주시 질병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 분석을 위해 일반세포의 바이러스 감염 및 백신의 효능 등을 분석하는 임상시험검체 분석시험을 수행하고 있다./사진= 뉴스1  질병관리청 연구원들이 2021년 12월21일 충북 청주시 질병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 분석을 위해 일반세포의 바이러스 감염 및 백신의 효능 등을 분석하는 임상시험검체 분석시험을 수행하고 있다./사진= 뉴스1


"이렇게 임상시험에 지원을 안 해준다는 것은 신약개발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최근 바이오기업의 임상시험 중단 소식이 잇따른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제넥신은 단장 증후군 치료제 'GX-G8'의 1상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상장폐지 위기의 셀리버리는 가동 중인 9개의 임상 시험 가운데 6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관뒀다. 신약 인허가 컨설팅과 CRO(임상시험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헬프라인의 박옥남 대표는 "지금껏 400억원을 투자받았다는 우리 고객도 이제 임상시험을 다 중단하고 폐업까지 상담하고 있다"고 했다.

더 안 좋은 소식은 얼마 없던 정부 지원마저 끊기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법인인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내년 예산을 29억200만원으로 올해 67억6200만원 대비 57%(38억6000만원)나 삭감하기로 했다. 특히 의료기관별로 정보를 연계해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임상시험 체계 구축 예산'은 올해 20억4200만원에서 내년 0원으로 아예 없애버렸다.



코로나19 기간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 기간 단축에 기여한 임상시험포털 운영을 위한 예산도 없어져 중소 바이오기업이 저렴하고 빠르게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지게 생겼다. 임상시험상담센터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직원이 1명밖에 남지 않았고 이 직원도 퇴사를 알아보고 있어서다.

1만개의 기초물질이 1개의 신약이 되기까지 평균 5억3400만달러(약 7136억9000만원)이 소요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은 70%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필수 과정이다.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 임상시험을 컨설팅하는 CRO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선진국엔 대형 CRO업체가 있는 반면 한국은 CRO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2025년 1조원 규모로 조성하겠다던 'K-바이오백신 펀드'의 내년 예산안도 0원으로 편성해놨다. 이에 일각에선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삼고 '한국판 모더나'를 육성하겠다고 한 정부의 정책 의지를 두고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공언만이 아닌 실제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세심한 예산 지원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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