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아저씨 돼서 오히려 좋아!"…20년 롱런 비결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3.09.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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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천박사의 퇴마연구소'로 한국영화 부활시키나

/사진=AA그룹/사진=AA그룹


배우 강동원이 '천박사'라는 맞춤옷을 입고 추석 극장가를 들썩일 태세다.

강동원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로 칼을 제대로 갈고 돌아왔다. 1000만 영화 '베테랑'에 올여름 '밀수'까지 다수 작품을 성공시킨 '충무로 최고 흥행 메이커' 외유내강(류승완 감독·강혜정 공동 대표)과 처음으로 손잡고 명절에 제격인 킬링타임용 무비를 선보인 것. 인기 웹툰 '빙의'(글 후렛샤·그림 김홍태)를 원작으로 오컬트를 비롯해 코미디, 판타지, 액션 등 그야말로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라는 기세로 '천박사'에 온 가족의 취향을 저격하는 재미 요소를 꾹 눌러 담았다.



메가폰은 신인 김성식 감독이 잡아 신선함을 살렸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19) 등에 참여했던 조감독 출신이다.

강동원은 극 중 타이틀롤을 맡아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그는 영화 '전우치'(2009), '검사외전'(2016) 등으로 보증된 코미디 연기와 서사에 숨결을 불어넣는 묵직한 표현력, 강렬한 액션까지 다채로운 활약을 펼쳤다. 또한 배우 허준호부터 이솜, 이동휘, 김종수, 아역 박소이 등 어떤 출연진과도 쫄깃한 티키타카를 형성하며 '천박사'를 든든하게 이끌었다.



/사진=CJ ENM/사진=CJ ENM
강동원은 "'천박사'는 소재나 스토리 자체가 참신해서, 요즘 시대에 맞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장르가 재밌게 섞여 있기도 해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오컬트물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기도 한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박찬욱 감독도 극찬한 '천박사'다. 강동원은 "추석에 다양한 매력의 영화가 개봉하는데, '천박사'는 좀 더 가볍고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박찬욱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천박사'는 되게 한국적이라 해외 관객분들이 봐도 새롭게 느껴질 것 같다. 김성식 감독님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셨더라. 우리 영화는 정말 진짜 재미만을 위해 만든 작품이고 관객분들이 재밌게, 다양하게 보시도록 코미디, 호러, 액션까지 다 담았다. 지루하진 않으실 거 같다"라고 자신 있게 내세웠다.


게다가 '천박사'는 블랙핑크 지수의 특별출연이라는 강력한 관람 포인트를 갖춘 바, 흥행이 예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동원은 "지수가 촬영한 날 현장 분위기가 되게 좋았다. 특히 박정민(특별출연)이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웃음). 원래 팬이라고 하더라. 부채에 사인까지 받아 갔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봉준호·박찬욱 등 세계적 거장 감독들의 제자인 김성식 감독과의 첫 협업엔 만족스러온 소감을 남기기도. 강동원은 "제가 신인 감독님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확실히 연출부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진행이 굉장히 빠르다. 저희 김성식 감독님도 진행이 되게 매끄러웠다. 본인이 그날 계획한 걸 못 찍으면 견디질 못하셔서 더 그랬고, 비전도 확실했다. 말투는 약간 박찬욱 감독님스러운 느낌이 있다. 연상호 감독님이랑 장준환 감독님 작품의 조감독도 하셨다. 좋은 감독님들에게 잘, 많이 배운 거 같았다"라고 능력을 높이 샀다.

강동원 "아저씨 돼서 오히려 좋아!"…20년 롱런 비결 [인터뷰]
명절을 겨냥한 대작, 텐트폴 영화의 타이틀롤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강동원은 "이번엔 허준호 선배님도 계셨고, 저도 영화를 많이 찍다 보니 부담감이 예전보다 덜 해졌다. 이제는 완급 조절을 잘 하지 않나 싶다. 자신 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주변 캐릭터들도 더 잘 놀 수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한결 여유를 드러내며 신뢰감을 더했다.

실제로 강동원은 19여 년 만에 예능에 출연할 정도로 달라진 마음가짐을 보였다. 최근 '국민 MC' 유재석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 에 출연, 진솔한 입담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었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유 퀴즈'는 토크쇼 느낌이라 한 번쯤 그런데 나가도 괜찮겠다 싶더라. 무엇보다 영화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그동안은 굳이 할 얘기가 없는 거 같아서 안 나갔다. 사실 이런 부담이 있었다. 제가 마냥 좋은 사람같이 보일까 봐 하는 부담감. 저에 대해 포장되는 게 싫어서 안 나간 이유도 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반응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제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제가 이제 나이도 있고 그래서 반응이 크게 올까 싶었다. 혹여 반응이 덜하더라도 그게 늘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가 팬덤으로만 일을 하진 않으니까. 그리고 팬들도 같이 나이가 들어가고 힘들어서 무대인사를 못 오기도 하는 것처럼, 다들 성숙해졌고 열정은 그대로 있지 않는다. 그때 열정과 지금의 열정은 다르다고 본다"라고 초연한 자세를 취하며 눈길을 끌었다.

강동원 "아저씨 돼서 오히려 좋아!"…20년 롱런 비결 [인터뷰]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강동원은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엔 열심히 피부과를 다니고 있다. 옆에서 매니저분이 관리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셨다"라며 여러모로 부쩍 달라진 태도로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천박사'에선 여전한 꽃미남 미모를 스크린에 수놓으며 감탄을 절로 유발한 강동원.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저씨처럼 보여서 좋았다"라는 색다른 반응을 내놨다.

강동원은 "물론 배우가 스크린에 얼굴이 잘 나오면 기분이 좋지만, 그보다 이제는 좀 세월이 묻어나는 느낌이 들어서 되게 좋았다. 이제 앞으로 40대 역할도 잘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엔 제 나이대보다 약간 조금 어려 보이는 게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서, 이번 '천박사' 속 얼굴이 좋았다는 거다. 동안이 불만족이라기보다 뭐랄까 성인의 성숙함이 덜해 보였는데 '천박사'에선 성숙해 보이고 아저씨 같은 느낌이 나더라"라고 외모 망언(?)을 했다.

반면 팬들은 로맨스에 최적화된 강동원의 미모에 멜로 장르 출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터. 이에 강동원 역시 "저도 멜로 되게 좋아한다. 근데 멜로가 판타지보다도 더욱, 진짜 힘든 게 모두가 다 아는 감정이지 않나. 그래서 모두를 설득할 만한 현실에 닿아 있는 그런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좋은 대본이 있다면 언제든 출연할 거다"라고 욕심을 내비쳤다.

강동원 "아저씨 돼서 오히려 좋아!"…20년 롱런 비결 [인터뷰]
강동원 필모그래피에서 멜로물이 비교적 적긴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데뷔 20년 차임에도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도전적인 행보를 걸으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열일'의 원동력에 대해 강동원은 "연기가 너무 재밌다"라고 단박에 대답, 그 뜨거운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그는 "제가 내향적이라 예전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연기가 정말 재밌고 갈수록 더 재밌는 거 같다. 현장에 있는 것도 무척 즐겁다"라며 연기의 매력에 풍덩 빠진 상태였다.

강동원은 "처음부터 목표했던 건 어떤 캐릭터든 잘 소화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데뷔 때를 떠올려 보면 연기 수업을 3년을 하고 도전했는데, 그래도 부족한 지점이 너무 많았다. 물론 지금도 많지만 그래도 20년 넘게 활동을 하다 보니까 되게 자유로워진 느낌이 있다. 어떤 힘든 장면이 와도 긴장하지 않고 이렇게도 표현해 보고, 저렇게도 표현해 보고, 고민 없이 하게 되고 그렇다. 자신감도 자신감인데 경험이 많이 쌓여서. 그동안 스물몇 편을 찍고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하다 보니까 경험도 엄청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연륜에서 오는 변화를 짚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사람이 많으면 위축되고 이런 게 있었다. 아무리 스태프라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걱정되고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달라진 계기는 특별할 게 없고, 늘 이렇게 생각해서인 거 같다. 데뷔 때부터 인터뷰를 보면, 카메라 앞에서 '난 미쳤다. 미친놈이라 생각하자' 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해왔다는 거다(웃음). 근데 이제는 쌓이다 보니까 애써 이런 생각을 안 해도 자연스러워졌다. 친구들, 또래 프로듀서나 감독님들도 제게 진짜 갈수록 자유로워지는 거 같아서 그게 좋다고 하더라. 감정 표현의 선이 극단적이든 절제하든 자연스럽고 리액션을 바로 바꾸고. 자유로워지니까 뭘 해도 재밌는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강동원은 "저는 배우가 자기 세계에 갇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뉴스를 엄청 많이 본다. 소음이 있어야 잠도 오는 스타일이라 딴짓을 하더라도 집에서 항상 라디오나 뉴스를 틀어놓는다. 주변 친구들도 되게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것도 엄청 중요하더라. 그래서 연예계 쪽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다. 그런 사람들한테서 영감을 많이 받기도 하고 그렇다"라고 롱런할 수밖에 없는 비결을 밝혔다.

강동원의 복귀작 '천박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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