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컬리? 배민B마트? 15조원 인스타카트의 비결 [티타임즈]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23.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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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주가 ↑ 인스타카트 집중분석



고객을 대신해 마트를 돌며 장을 봐주는 미국의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가 19일(현지 시각) 나스닥에 데뷔했다. 상장 첫날 12%(장중 한때 43%) 상승하며 시총 112억 달러(약 15조원)를 기록했다.

물류창고와 배송트럭이 필요 없고 재고도 없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인데다 최근 리테일 광고와 커머스 솔루션 판매로 수익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인스타카트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고, 벌려고 하는지, 위험요인은 무엇인지 분석했다.

인스타카트 상장 1년 만의 재도전
고객이 앱이나 웹 사이트에서 식료품을 주문하면 빠르게는 30분, 늦어도 1~2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인스타카트는 팬데믹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회사다.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장 보러 가는 걸 꺼리던 시기에 온라인 쇼핑이 급속 성장하면서 2020년 한 해 거래액이 무려 300% 가까이 증가했다. 5년 치 성장을 5주 만에 이뤘다 할 정도의 폭발적인 인기였다.



인기에 힘입어 2021년 투자받을 때 기업가치가 390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제자리를 찾고 미국 경기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맞았다. 투자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것이다.

2022년 5월에는 상장 서류까지 제출했었지만 결국 철회하게 됐고 기업가치도 2022년에만 4차례 하락한 끝에 올해 상장 직전 기업가치는 90억 달러(약 12조원) 선으로 평가받았다.

인스타카트 비즈니스 모델 ① 식료품 배달 플랫폼
우리나라에서 인스타카트에 가장 많이 붙인 별명이 '미국판 컬리'이다. 식료품을 주로 배달해준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만 상품을 직매입해서 직접 배송해주는 컬리와 인스타카트의 사업모델은 차이가 있다.


인스타카트의 경우 고객들이 집 근처 마트를 고르고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면 쇼퍼라 불리는 배달원이 연결되어 해당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본 다음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고객과 마트, 배달원을 연결해주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도어대시나 우버이츠 같은 긱 이코노미 플랫폼과 더 유사하다.

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의 'B마트' 서비스가 가장 비슷하다. 하지만 이 역시 차이가 있는 것이, B마트는 도심 곳곳에 물류창고에 재고를 쌓아 두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배달원들이 배달하는 방식이지만 인스타카트는 창고 없이 파트너 관계를 맺은 슈퍼마켓의 상품을 대신 배달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구매 대행, 마트 입장에서는 배달 대행에 가깝다.

이처럼 인스타카트는 물류창고도, 배송트럭도, 재고도 없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이다. 직접 온라인 슈퍼마켓이 되는 대신 지역 곳곳의 수많은 슈퍼마켓 매장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크로거, 코스트코, 퍼블릭스, 월마트, 타깃 등 1400개 업체의 총 8만 개 이상 매장이 인스타카트를 통해 배달한다. 이는 미국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의 85%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식료품 배달뿐 아니라 CVS 같은 약국 체인,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 세포라 같은 화장품 매장의 상품도 대신 배달해주며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상품 판매로 마진을 남기는 대신 고객들이 배달비 개념으로 내는 수수료와 연간 멤버십 가입비, 그리고 파트너 매장들로부터 매출에 비례해 받는 커미션이 인스타카트의 주요 수익처이다. 2023년 상반기 매출은 14억 8000만 달러, 순이익 2억 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인스타카트 비즈니스 모델 ② 리테일 미디어와 커머스 솔루션
인스타카트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배달로 버는 돈보다 광고로 버는 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확보한 회사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소비재 브랜드들이 광고를 할 수 있는 슬롯으로 제공하는 '리테일 미디어'는 최근의 거대한 흐름이다. 아마존도 검색 결과에 '스폰서'라는 태그를 단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의 광고로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3번째로 큰 광고 플랫폼이 됐다. 2022년 2억 6000만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한 인스타카트 역시 소비재 브랜드들에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인식되면서 빠르게 광고 단가가 올라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인스타카트의 매출 중 광고 비즈니스 매출은 약 4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28%에 해당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 분야에서 24%의 성장을 이뤘다. 본업인 배달 분야는 전년 대비 5%밖에 성장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현재 인스타카트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은 광고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인스타카트에 따르면 현재 5500개 이상 브랜드가 인스타카트 플랫폼에서 광고하고 있다.

광고 외에 유통업체들을 위한 각종 솔루션도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대형 마트 체인들이 식료품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각자 배송 시스템이 굉장히 잘 구축되어 있지만 미국은 주마다, 혹은 도시마다 중소규모 로컬 마트의 비중이 높다. 이렇게 작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마트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디지털 전환이나 배송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없다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이들 마트들이 자체 웹사이트와 앱을 구축해서 재고를 관리하고, 자체 소규모 창고를 통해 온라인 배송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등 옴니채널 모델로 변화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식료품 배달로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해 더 많은 지역 마트를 플랫폼에 끌어들이면 인스타카트 사용자도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더 많은 배달과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이다.

물론 인스타카트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인스타카트의 비즈니스 모델의 두 축인 배달과 광고가 외부 환경에 취약한 사업이라는 점이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티타임즈/사진=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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