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이 정도로 만들었다면, 칸국제영화제나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수상할 만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연출자인 남규홍 PD가 이들을 데리고 사회적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그 작은 집단 안에 온갖 사회적 현상이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현상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각종 권모술수와 중상모략이 난무한다. 예의없고, 또 이기적이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뒷목을 잡으면서도 두 눈은 크게 뜰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신나는 건, 제작진이다.

사실상 ‘나는 솔로’ 16기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 비중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영숙이다. 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간다. 제작진도 이를 안다. 그래서 그를 비추는 시간이 많고, 그럴 때 시청률 곡선은 우상향한다.
영숙의 특징을 짚어보자. 일단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16기가 ‘돌싱 특집’인 터라 영숙은 자기소개를 할 때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광수의 입에서 "산전수전" "파란만장"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격분한다. 물론 거부 반응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이를 언급한 광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는 직접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영숙은 "남의 상처 그렇게 쉽게 꺼내면서 이야기하는 거 아니다"라고 정색한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영숙이 서운할 만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영숙의 이중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초가 된다.
남의 얘기 함부로 하지 말라던 영숙은 그 누구보다 남의 얘기를 많이 한다. 또한 넘겨 짚는다. 게다가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의견을 사실인 양 보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옥순으로 향하던 광수의 잔잔한 마음에 "경각심을 가지라"며 돌을 던지고, 옥순이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 믿고 있는 광수의 이야기를 영자에게 전하며 "딱봐도 아니잖아"라고 단정짓는다. MC인 이이경조차 "‘딱 봐도’는 영숙의 추측"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광수는 영자를 불러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이미 영숙에게 이를 전해들은 영자는 "남의 입으로 들어서…"라며 서운한 빛을 보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숙은 광수와 있었던 일을 상철과 정숙에게도 전한다. 그렇게 영숙의 세 치 혀를 통해 몇몇의 인간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영숙의 태도는 불거진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삐딱하다. 영숙은 자신과 광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옥순이 퍼뜨렸다고 의심한다. 이 일을 묻는 순자에게 영숙은 대뜸 "어디서 들었어? 옥순님이지?"라고 되물었고 순자는 얼떨결에 "맞는 거 같아"라고 답했다. 이후 소문을 퍼뜨린 진짜 진원지인 정숙이 영숙을 껴안으며 사과했지만, 정작 영숙은 옥순을 의심한 자신의 태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이에 옥순이 "나한테 사과해야지"라고 정곡을 찌르자, 말을 돌리던 영숙은 뒷목을 긁적이며 "오해해서 미안합니다"라고 건성으로 답한다. 이쯤되니 "영숙이 옥순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관람평도 나온다.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분노를 터뜨리면서, 정작 자신의 오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대충 무마하려는 이중적 잣대다.

물론 ‘나는 솔로’ 16기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영숙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할 순 없다.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출연진들의 언행이 얽히고설켰다. 그 결과 영숙을 비롯해 영자, 영수, 영철 등이 릴레이 사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나는 솔로’ 16기는 일종의 ‘오시범 지침서’다. 인간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언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대중에게 가르침을 주는 식이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댓글창에 이렇게 적었다. "이보다 더 인간 군상의 면면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 있을까?" 이 프로그램은 대본 없이 벌어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출연진도 카메라 앞에 서본 경험이 없는 비 연예인이다. 결국 그들은 평소 일상 속에서 그들이 견지하는 삶의 행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중은 생각한다. "내 주변에도 저런 사람이 있겠지?" ‘나는 솔로’ 16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