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메시지 다 잡은 여성 첩보물 '라이어니스 특수작전팀'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9.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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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 조 살다니 모건 프리먼 등 명배우들의 '연기맛집'

사진=파라마운트+사진=파라마운트+


철옹성 같은 경호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비밀스러운 동선, 행적을 파악하거나 접근조차 어려운 1급 타깃. 이처럼 철통같은 비호 속에 자신을 숨긴 타깃을 잡기 위한 미국 CIA의 특수작전이 '라이어니스' 일명 암사자다. 실존하는 CIA의 여성 첩보 프로그램과 실제 테러리스트 체포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Special Ops: Lioness, 이하 라이어니스)'는 TV시리즈로는 드물게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이야기꾼 테일러 세리단이 기획한 이번 시리즈에는 조 살다나, 니콜 키드먼, 모건 프리먼, 마틴 도너반, 마이클 켈리 등 쟁쟁한 톱스타들이 출연했다. '시카리오' 시리즈와 '로스트 인 더스트', '12솔저스', '베로니카 마스' 등으로 저력을 보여준 세리단이 이번에도 그동안의 첩보 스릴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접근하기 힘든 타깃을 제거하기 위해 그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신분을 위장한 요원이 접근한다. 그렇게 친밀감을 쌓고 그들의 테두리 안에 편입한 뒤 타깃에게 접근하고 목표물이 나타나면 제거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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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니스'의 중심인물은 크루즈 마누엘로스(레이슬라 드 올리베이라)다. 학창시절 훌륭한 스포츠 영재였지만 현재는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악의 남자친구로부터 학대와 금전갈취를 당하고 있다. 그렇게 그의 정신과 몸을 좀먹어가는 쓰레기같은 남자친구를 프라이팬으로 응징하고 도망치다 숨어든 곳은 해군모병소였다. 분노에 차 날뛰는 남자친구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 해군에게서 큰 울림을 얻은 크루즈는 자신을 쫒는 남자친구 일당을 피해, 그리고 '우리는 약자를 돕는다'는 해군의 말에 이끌려 입대를 하게 된다. 훈련소에서 남자 훈련병을 압도할 정도로 역대 최고의 기량을 보인 크루즈는 CIA에 발탁되고 끔찍한 테스트와 훈련을 거쳐 라이어니스 팀에 들어간다.

강인한 체력과 끈기, 뛰어난 군사적 기량을 갖춘 크루즈에게 떨어진 첫 임무는 중동 테러 조직의 돈줄이자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당한 석유 재벌 암로히를 제거하는 것. 그러기 위해 크루즈는 암로히의 딸 알리야(스테파니 누르)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는다. 고급 의류 매장에서 우연을 가장해 알리야와 친구가 되고 그의 집에도 초대받는다. 불행하고 어두운 삶에서 상처만 받았던 크루즈와 정략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 자유를 호화롭게 만끽하는 알리야의 우정은 점점 깊어진다. 알리야가 베푸는 호의와 우정, 그리고 사랑을 느끼며 크루즈는 임무와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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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가 속한 라이어니스 팀을 이끄는 리더 역시 여성들이다. 고위 관리직 케이틀린 미드(니콜 키드먼)과 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요원을 보호하는 조(조 살다나)는 냉철하고 철저한 프로 의식으로 무장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남편과의 의견차이와 불화를 겪는 케이틀린과 사춘기 딸의 방황으로 갈등하는 조 역시 가정과 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가장 냉혹하고 첨예한 작전을 수행하지만, 타깃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특수 임무라는 점과 주요 인물들들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라이어니스'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와 관계의 미묘한 파장을 그린다. 첩보 스릴러 장르 특성 상 액션 신과 강도 높은 폭력 신,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만 작품의 주요한 메시지는 인간의 감정이다. 또 일과 가정의 중간에 선 여성들의 생활 드라마이면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던 젊은 여성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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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사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나 갤 가돗 등 성별만 바뀐 파워 액션물과는 거리가 멀다. 첩보물임에도 섬세한 감정 묘사와 스토리의 흐름은 오락성보다는 철학적이고 묵직한 드라마에 가깝다. 그럼에도 수위 높은 폭력과 욕설, 노출 신이 빈번히 등장해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대중적인 장르물이라 하긴 힘들지만, 첩보 스릴러에서 다루지 않은 신선한 소재와 중동 상류층의 호화롭고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 등은 흥미로운 요소다.

작전의 성공을 위해 전체 8화의 에피소드를 통해 천천히 쌓아올리는 서사의 완성도와 숨막히는 긴장감, 스릴 넘치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분장을 지우고 본연의 얼굴로 연기하는 조 살다나와 니콜 키드먼,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켈리 등 중후한 연기파 배우들의 묵직한 지원사격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라이어니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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