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러 갔더니 "폐업" 날벼락…상하이 최대 피트니스의 몰락, 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09.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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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개 지점 대부분 폐업.. 고객들 소송 돌입, 강사들은 노동중재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중국 내 150개 매장을 운영하는 상하이 최대 피트니스 체인 '이자웨이드 피트니스'(一兆?德健身, Yizhaweide Fitness)가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돈을 낸 회원들은 스스로를 '피트니스 난민'으로 부르며 문 연 지점을 찾아 떠돈다. 한국에서도 취약한 캐피탈 구조로 인해 경기 하강 국면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던 업종이다. 부진한 중국 내수경기 상황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이자웨이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12명의 고객을 대행하는 천쩌원 상하이정책로펌 변호사를 인용해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정상 영업하는 것으로 명시된 지점은 85개매장 뿐이며, 이 매장들도 빠른 속도로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자웨이드는 중국 대표 대형 피트니스 체인이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전국에 150개 직영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베이징과 선전까지 진출했는데, 베이징에 있는 7개 매장 중 5개는 '온수가 안 나온다'며 사실상 폐업을 선언한 상태다. 선전의 3개 매장도 영업을 중단해 선전피트니스연맹이 이 회원들을 받아줄 다른 피트니스클럽을 물색하는 중이다.



피트니스 체인의 몰락에 중국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일시불로 적잖은 가입비를 내고 전국 체인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운영방식은 지속적으로 신규 회원이 유입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시설투자비와 인건비가 계속해서 지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종은 경기에 상당히 민감하다.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피트니스 멤버십부터 해지한다.

중국에선 이미 지난 2월 중국 내 최대 요가체인 중 하나인 판인요가(Fanyin Yoga)의 운영난이 화제가 됐다. 폐점된 지점들은 환불을 거부했고 임금을 체불당한 강사들의 반발이 컸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정부와 국회에 고위험시설 지정 철회, 제한적 운영 허용, 영업금지 조치 근거 제시, 적극적 피해보전 등을 요구하며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정부와 국회에 고위험시설 지정 철회, 제한적 운영 허용, 영업금지 조치 근거 제시, 적극적 피해보전 등을 요구하며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자웨이드 역시 비슷한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매장 운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1억1500만위안(약 211억원)을 조달했다고 밝힌게 지난 5월인데, 연체된 임대료와 체납 인건비 등을 해결하기엔 턱 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그나마 실제 조달이 완료됐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자금조달 뉴스 포스팅도 슬그머니 삭제됐다.

불편은 그대로 고객들이 본다. 이자웨이드피트니스 고객들은 스스로를 '피트니스 난민'이라고 부른다. 아직 문닫지 않은 매장을 찾아 떠도는 본인들의 모습을 자조섞어 부르는 호칭이다. 한 피트니스 고객은 현지언론에 "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니 매장을 열심히 관리할 리 없다"며 "운동 장비들과 수영장이 너무 지저분해 문을 열어도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트니스 클럽의 줄폐업에는 코로나19 이후 불특정 간접 신체접촉을 꺼리기 시작한 중국인들의 생활패턴 변화도 일부 반영됐다는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기부진으로 인한 신규 고객 유입 감소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내수경기가 부진한 시점에 대형 피트니스가 줄폐업한 사례가 있다. 취약한 재무구조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린게 부메랑이 됐다. 대형 체인이라 믿고 가입한 고객들과 본사를 믿고 기다렸던 직원들만 손해를 봤다. 당시 직원들이 제도적 안전망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상황도 유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신은 "다른 중국 피트니스체인으로 언제든 전염될 수 있다"며 "이자웨이드 폐업 매장들을 인수하고 있는 다른 피트니스 체인 고객들도 파산 위험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피트니스 강사는 차이신에 "4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에 노동중재를 신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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