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공짜로 본다"…불법인데 틱톡·유튜브에 떡하니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09.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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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콘텐츠 도둑들 ③] 네·카, AI 및 잠입수사로 사전·사후대응 '총력전'

편집자주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 글로벌 시장을 휩쓰는 K-콘텐츠의 이면에는 이를 무단도용해 막대한 수익을 취하려는 불법유통업자들이 있다. 단속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메뚜기식 영업을 하는 이들 때문에 창작자는 정당한 수익을 빼앗기고, 콘텐츠산업 생태계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불법 유통을 근절해 건강한 창작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틱톡 웹툰 불법유통 계정.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틱톡 웹툰 불법유통 계정.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뉴토끼'·'북토끼' 등 불법 사이트를 넘어 틱톡·유튜브 등에서도 국내 웹툰·웹소설이 버젓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 이에 네이버(NAVER (169,900원 0.00%))와 카카오 (43,900원 ▲250 +0.57%)는 작품 속에 '지문' 같은 이용자 정보를 심어 불법 유통경로를 파악하고 비공개 커뮤니티에 잠입하는 등 창작자 저작권 보호 총력전에 나섰다.

25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전담팀 P.CoK(이하 피콕)은 최근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웹툰 10여개를 무단게재한 영어권 계정을 신고해 불법 콘텐츠를 삭제했다. 해당 계정은 팔로워만 5300명으로, 게시물별 최대 조회수가 약 100만회에 달했다. 7700명이 가입한 영어권 페이스북 비공개그룹에서도 9개 작품 270개 불법 게시글을 삭제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웹툰 한 회차 전체를 스크롤 다운하며 영상을 녹화해 틱톡·유튜브에 올리는 사례가 많다"면서 "불법 사이트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까지 모니터링하며 불법 유통 범위를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피콕은 올 상반기에만 불법 웹툰·웹소설 1400만건을 삭제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112% 증가했다. 자동화 솔루션으로 국내외 불법 사이트 감시를 넘어, 언어권별로 조사단을 직접 파견하거나 비공개 커뮤니티에 잠입하는 등 사후대응을 강화한 효과다. 이 속도라면 연내 2800만건 이상 삭제할 전망이다. 단속대상도 웹툰·웹소설 IP(지식재산권)를 무단 활용한 굿즈 등 2차 저작물로 확대했다.



"웹툰 공짜로 본다"…불법인데 틱톡·유튜브에 떡하니
최신회차 공개 즉시 불법사이트行?…AI로 늦췄다
네이버웹툰은 AI 기반의 '툰레이더'가 파수꾼 역할을 한다.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이용자 식별정보를 넣어 최초의 불법 유출자를 식별·차단한다. 이용자 패턴을 분석해 불법복제·공유 의심 계정을 사전에 감지, 선제적으로 조처한다. 덕분에 2017년 7월~2022년 12월 국내 불법 사이트 32개 중 31개, 해외 사이트 68개 중 42개가 웹툰 업로드를 중지하거나 테이크 다운(서버가 내려간 상태)됐다.

툰레이더의 강점은 웹툰 최신회차의 불법유통 시기를 늦춘다는 점이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미리보기로 공개되는 유료회차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는 만큼 불법유통 시기를 늦출수록 창작자 수익을 보호할 수 있다.

이건웅 고려대 교수가 2021년 5월~올해 6월 분석한 결과 네이버웹툰은 최신회차 불법유통을 타사 대비 약 25일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타 플랫폼 웹툰은 공개 즉시 불법 사이트에 공유되지만, 네이버웹툰은 25일 후에나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웹툰과 불법 사이트 간 최신회차도 평균 4회 차이났다. 웹툰이 주 1회 공개되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 사이트에선 4주 뒤 최신화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회원제로 웹툰 제목 바꿔본다…더 교묘해진 불법유통
/사진=네이버웹툰/사진=네이버웹툰
이런 노력에도 단속의 어려움은 점점 커진다. AI 번역 서비스 확산으로 한국어를 몰라도 손쉽게 불법 번역·유통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회원제 커뮤니티에서 작품 제목 대신 은어를 쓰는 등 유통경로도 점점 고도화·음성화된다. 실제 웹툰 '끝이 아닌 시작'은 중화권에서 '세 살 때부터 왕이 되다'로 불법 유통됐고, 러시아·포르투갈 등 웹툰 불법 유통 국가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저작권 인식개선 운동으로 합법적인 콘텐츠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이달부터 '저작권 보호 대국민 캠페인'에 나섰고, 카카오엔터는 지난 8월 글로벌 이용자 대상으로 X(옛 트위터)에서 공식 플랫폼 구매인증 캠페인(Show Me Where You Read)을 진행, 약 6만5000명의 참여를 끌어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글로벌 규모의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불법 이용자 양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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