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소비가 많은 제조업계의 참여가 저조했다. 올해 RE100을 선언한 기업 면면을 보면 금융·통신·IT 등이 주를 이룬다. 신규 가입한 7개 국내 기업 가운데 제조사는 LG전자·롯데케미칼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5개 회사는 삼성생명·삼성화재·신한금융그룹·카카오·롯데웰푸드 등으로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전력소비 부담이 적은 업체들이다. RE100 달성을 위해 태양광·풍력·수력 등에서만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냔 꼬리표가 붙어서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철강 등 전력소비가 많은 산업군 중심의 수출활동을 펼친다. 국토는 좁고 대부분 산지다. 영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북미·호주와 같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막은 낮·밤의 비열차가 커 풍량이 많지만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한국은 이마저도 불리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바람 세기가 약하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창출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한계가 있다. 여전히 원전에서 생산된 값싸고 풍부한 전력이 수출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한다.
재계가 탈(脫)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RE100 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수출경쟁력마저 저하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런 기조는 RE100을 선언한 기업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RE100을 선언한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이 50%가 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 단 한 곳이다. 2위 삼성전자와 3위 SK하이닉스가 30% 안팎의 조달률을 보이는 가운데 4위 LG전자 5위 현대차의 조달률은 한 자릿수다. 2021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총량은 43TWh다. 이는 전력소비 상위 4개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제철·삼성디스플레이) 수요에 대응하는 데도 벅찬 게 사실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탄소발생 억제만 놓고 보면 RE100보다 CF100이 더 나은 게 사실"이라면서 "RE100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조달을 지향하면서 기업들에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나온 전기를 사용한 만큼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s)를 구매하도록 하지만, CF100은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원전을 포함하기 때문에 RECs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윤 대통령이 UN총회에서 무탄소에너지(CFE) 국제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 것은 인류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데 현실성 있는 대안임은 분명하다"면서 "북미·유럽 고객사의 강한 요구로 RE100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제안대로 국제사회가 움직여주길 바라지만, 원전에 대한 각국의 견해차가 CF100이 RE100 대체하는 데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