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거래액은 지난해 1조377억원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재테크 수단으로 미술품 투자를 보는 일반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이번 투자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리드 투자자로 나섰으며 다수의 엔젤투자자가 참여했다. 아비투스가 미술품 거래에 대단한 혁신기술을 도입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왜?'라는 질문이다.
미술시장 1조원 시대

그는 미술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트 구매(컬렉팅)의 문턱이 높다고 봤다. 옥션에 나오는 대형 작가의 작품은 보통 사람이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비싸다. 그렇다고 신진 작가의 활동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전시 정보도 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 문제의식에 동의한 이가 사공훈 OTD 코퍼레이션 대표다. 공간디자인 전문 OTD는 대형 아치를 책으로 가득 채운 '아크앤북'을 만든 회사다.
두 사람은 오프라인 중심이던 미술품 전시 및 중개 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취미나 습관처럼 미술거래를 일상화해보자는 것이다. 영어 해빗(habit, 습관)과 뜻이 통하는 '아비투스'로 회사명을 정한 이유다.
홈페이지 '아투'나 애플리케이션(10월 개시)에선 디지털 트윈 기술로 '온라인 뷰잉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프라인 전시장에 가지 않고도 미술품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도록으로 진품 보증도 한다. 이를 통해 국내외 신진 작가와 구매자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연결된다.
현재 아투의 주 수익원은 거래수수료다. 비즈니스를 더욱 확장하면 다양한 수익원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양한 거래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바탕으로 미술품의 2차 거래(리셀)도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신진 작가와 구매자 간극 좁힌다"

그는 또 "미술시장은 그리 크지 않은 핵심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향도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더 많은 이들을 이어줄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창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 점을 눈여겨 본 벤처캐피탈(VC)이 소프트뱅크벤처스다. 진윤정 소프트뱅크벤처스 파트너는 "'아투'는 작품 정보 습득과 거래에 용이한 UI·UX 및 리셀 기능, 전자진품보증서 등을 기반으로 컬렉터에게 편리성과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기업을 지켜본다"며 "'아투'가 국내 미술시장의 수요와 공급, 즉 신진 작가와 작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간극을 좁혀나간다는 점을 높이 산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해 열매컴퍼니의 시리즈B 펀딩을 주도했다. 2016년 창업한 열매컴퍼니는 온라인 아트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한다. 국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을 소유권 분할, 소액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최근 ST(토큰증권)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금융권과 다양한 협업에도 나섰다.
요컨대 열매컴퍼니는 대형 작가, 고가의 그림에 더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아투는 상대적으로 신진 작가와 젊은 컬렉터들을 연결해준다. 모두가 '아트거래' 대중화의 영역이면서 컬러가 다른 셈이다.
아비투스는 이번 투자로 서비스 고도화, 개발 인재 영입 등에 나선다. 작가들의 해외 홍보, 국내외 IP 확보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한편 프랑스 예술출판사 카이에다르(Cahiers d'Art)는 서울을 거점으로 아시아에 진출했다. 송보영 대표는 카이에다르 코리아의 신임 대표이사도 겸한다.

▶현장미술과 시장미술의 징검다리다. 어떻게 보면 벤처캐피털(VC)이 하는 일과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현장에서 전문가 집단에게 담론화될만 한 가치가 있으면서 시장가치는 저평가된 재능을 발굴, 그 가치를 더해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까지 나선 배경은.
▶신진 작가나 젊은 갤러리들이 글로벌화되는 시장에서 소외되기 일쑤고 프로모션에 있어서도 큰 제약과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 직업상 늘 출장을 다니다가 팬데믹 기간 서울에 오래 머무르면서 문제 인식이 더 강해졌다. 운 좋게도 주변에 창업을 경험하고 아트컬렉팅에도 관심많은 이들이 있어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 공동창업을 결심했다.
- 아투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미술을 소비하는 경험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기를, 그 경험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비투스(Habitus)'로 이어지길 바란다. 아마존, 쿠팡 같은 서비스도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처럼 미술 소비 역시 기술을 바탕으로 조금 더 생활의 일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