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는 전날 BTS(방탄소년단) 멤버 7인 전원과 재계약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이브의 핵심 IP(지적재산권)인 BTS의 재계약은 분명 호재지만 시장은 이를 호재로 인식하기보다 셀온뉴스(뉴스에 팔아라)로 판단했다. 재계약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됨과 동시에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에 BTS가 완전체로 활동하려면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나머지 4명의 멤버(RM, 지민, 뷔, 정국)가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입대해야 한다"며 "내년부터 세븐틴의 군입대가 시작되기 때문에 2025년 하반기 이후 BTS의 활동은 하이브의 실적에 안정성을 더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현재 블랙핑크는 YG엔터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아티스트다. 리사와의 재계약이 불발된다면 블랙핑크의 완전체 활동 역시 불투명해진다. 이전과 같은 앨범판매량과 공연 모객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YG엔터가 멤버들과 재계약을 하기 위해 전속계약금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리사가 500억원의 계약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는데 YG엔터의 지난해 영업이익(426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엔터회사는 아티스트의 전속계약금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계약기간 동안 나눠서 감가상각 처리한다. 연간으로 나눠서 비용을 인식하더라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은 실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에스엠 (82,900원 ▼100 -0.12%)과 에프엔씨엔터 (4,990원 ▼20 -0.40%)도 소속 아티스트와의 계약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6월1일 그룹 엑소의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이 에스엠을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그날 주가는 전일 대비 7.2% 급락했다. 결국 첸백시는 에스엠과 재계약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한동안 주가는 부진했다. 에프앤씨엔터 역시 지난 18일 소속 그룹 SF9의 멤버 로운의 그룹 탈퇴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엔터 산업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K팝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엔터 업체들의 이익 체력 역시 한단계 레벨업했다는 분석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지금같은 앨범 고성장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나오지만 K팝은 앨범으로 끝날 산업이 아니다"라며 "음원 흥행과 투어 규모 확대, MD(기념상품) 등으로 이어지는 IP 확장 흐름이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결부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월드스타로 성장한 BTS와 블랙핑크의 후광은 K팝의 가장 큰 무기"라며 "앨범 수출과 월드투어 비중 확대로 K팝은 완연한 산업 고도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