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충남 보령시 HD현대인프라코어 보령PG에서 진행된 '콘셉트X2(Concept-X2)' 시연회. 운전석이 없는 콘셉트X 전용 굴착기·도저 등이 작업하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굴착기를 이용한 일반적인 작업 모습이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기자가 작업한 캐빈은 실제 굴착기가 아닌 현장에서 약 200m 떨어진 실내에 위치했단 점이다. 굴착기 운전석과 동일한 시야의 화면을 보고 작업을 진행했다. HD현대는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건설기계 박람회 '바우마 2022' 당시 충남 보령에 있는 굴착기를 뮌헨에서 구동하는 원격 운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억센 가을비가 내렸다. 행사가 열린 보령은 142㎜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강풍을 동반한 비는 시연회가 열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집중됐다. 그렇지만 악화한 기상 상태 속에서 원격조종을 비롯한 주요 시연 작업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됐다. 일부 통신설비가 강풍으로 일시적인 접속 오류가 있긴 했으나 주요 설비는 정상 작동했다. 실제 현장에 투입된다면 비 오는 날에도 작업이 가능해 공기 단축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도 이런 생산·효율성 증대를 위해 무인·자동화 체계를 개발하게 됐다고 소개한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는 "무인·자동화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을 주도하는 톱티어 경쟁사들도 나서지 않던 영역"이라면서 "일부 경쟁사가 원격제어 기술을 선보이긴 했으나 무인화·자동화 솔루션을 시연할 수 있는 회사는 HD현대가 유일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즉각적인 수익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전례 없던 시스템·장비다 보니 고객사 관심도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건설기계 등에 중장비를 발주한 사우디 네옴시티 측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콘셉트X가 현장에 투입되려면 관련 법·제도가 먼저 정비돼야 한다. 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무인 자동화 설비의 형식승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원격조종도 마찬가지다. 작업자가 뮌헨에서 조종하고 장비가 보령에서 작업한다면 한국과 독일 중 어느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고 보험이 적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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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실내에서 원격으로 굴착기를 조정하는 모습. 화면에 굵은 빗방울이 선명하다. /사진=김도현 기자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왼쪽)와 김동목 HD현대사이트솔루션 스마트주행장비기술팀 수석연구원 /사진=김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