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 최 모 씨가 오픈채팅방에 올린 마취제 제조 영상 일부를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했다. 조루증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리도카인 성분의 마취용 크림과 겔을 7대 3의 비율로 섞어 사용하라며, 섞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해당 영상 캡처
21일 기자가 단독 입수한 7분 17초 분량의 동영상에 따르면 한 여성이 '리도카인'(마취 성분)이 든 일반의약품의 크림과 겔(gel)을 7대 3의 비율로 섞는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이 영상은 문신 시술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반영구화장·타투·SMP(두피 문신) 법제화 자유 토론방'에 도매상 최모 씨가 올린 것으로, 최근까지도 여러 차례 공유됐다.
최 모씨가 대한문신사중앙회 오픈채팅방에 리도카인 성분의 마취크림과 겔 사진을 올리며 7대 3의 비율로 섞는 노하우를 담은 영상도 함께 공유했다. /사진=해당 오픈채팅방 캡처.
만약 이 약을 권장 사용법과 달리, 문신을 시술할 때 사용하면 어떤 위험성이 있을까? 현직 약사인 김은혜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자칫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에도 이를 수 있어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경고했다. 문신 시술소에서 리도카인을 눈썹·팔·다리 등 국소 부위에 도포한다. 그는 "실제로 다리 문신을 위해 다리에 리도카인을 발랐다가 다리가 부르르 떨리는 증상(경련)을 겪었다는 사례를 들은 적 있다"라고도 했다.
리도카인 성분의 크림과 겔 형태를 7대 3의 비율로 섞어 사용한 후 시력 저하를 겪은 사례를 암시한 내용(분홍색 표기)이 오픈채팅방에 올라와 있다. 그뿐 아니라 불시검문에 대한 대처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캡처 당시엔 이곳 가입자가 879명이다. /사진=해당 오픈채팅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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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홍보이사는 "리도카인이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므로 눈 점막을 통해 과하게 스며들면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며 "마취 후 랩을 씌우는 행위도 리도카인의 흡수율을 높여 아나필락시스나 심정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모 씨는 '무통 시술 꿀팁'이라는 제목과 함께 눈썹은 30분간, 아이라인은 20분간, 헤어라인은 20분간 랩핑할 것을 권장하는 글을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문신업소들이 마취크림을 바른 후 랩을 씌우는 것 역시 보편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시술소에서 대처할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리도카인 제형 중 크림은 좁은 부위를 집중적으로 마취할 때, 겔은 넓게 펴 바르는 데 유용하다. 그렇다면 도매상 최 씨는 무슨 근거로 리도카인의 크림과 겔을 7대 3의 비율로 섞어 사용하라는 '꿀팁'을 전수하는 걸까? 기자는 최 씨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하며 이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최 씨는 "누가 제보했느냐?"라며 제보자부터 추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보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으면 취재에 응할 수 없다. 취재를 거부하겠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대한문신사중앙회의 입장은 어떨까?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내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자체가 불법이라 합법적으로 나와 있는 문신용 마취크림이 없다"며 "이에 따라 출처가 불분명한 마취크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내 약국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마취용(남성 사정 지연용) 일반의약품이 나오면서, 물론 문신용으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지만 어쨌든 약품을 합법적으로 사도록 자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알리는 영상이므로 공유를 허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상 내용을 보진 못했다는 그는 "7대 3의 비율로 제조하라는 건 처음 들었다. 중앙회의 권장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러나 "이 약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원래의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제재하려면 전문의약품으로 지정·관리해야 하는데, 간단한 해법은 아니다"며 "상황을 좀더 주시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선 문신 시술을 의료인만 시행할 수 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모두 불법이다. 국회에선 비의료인의 문신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법안 11개가 발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