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꺾이는데 구조조정도 불발…中 철강 보는 불안한 눈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09.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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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스틸-칭산 간 인니 니켈·스테인리스 설비 매각 4조원 딜 최종 무산

모로왈리프로젝트 현장./사진=현지언론 보도 캡쳐모로왈리프로젝트 현장./사진=현지언론 보도 캡쳐


중국 철강업계 분위기가 심상찮다. 상반기 철강사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가운데 최대 국영철강사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장 구조조정도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중국 철강 수요가 끊기면서 철강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갈 곳 잃은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한국 시장 유입 확대에 대한 우려도 읽힌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21일 국영 철강사 바오스틸과 민영 철강사 칭산홀딩스 간 추진됐던 칭산의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니켈 공장을 바오스틸이 인수하는 내용의 빅딜이 최종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모로왈리 프로젝트의 추정 가치는 40억달러(약 5.4조원)이며 이번 딜의 거래금액은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바오스틸은 중국 국영철강사이자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최대 철강업체다. 칭산은 중국 최대 민영 철강사이며 중국 민간기업 중 매출순위 14위 기업이다. 국영과 민영의 경계가 모호한 중국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딜은 스테인리스(STS)와 2차전지(배터리) 주요 소재인 니켈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중국 산업당국 주도로 추진된 것으로 해석됐다.

바오스틸은 계열사이자 중국 스테인리스 1위 기업인 타이강을 통해 인도네시아 칭산 인수를 추진했다. 니켈광산에서부터 스테인리스 생산까지 통합 밸류체인을 갖춘 인도네시아 기지를 바오스틸이 사들일 경우 중국 스테인리스 시장 수직계열화가 보다 구체화된다. 이를 통해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스테인리스 시장을 구조조정하는 게 중국 산업당국의 목표였다.



이번 빅딜엔 또 다른 목적도 있었다. 칭산은 지난해 3월 세계 원료시장을 놀래킨 80억달러(약 9.8조원) 선물 손실의 주인공이다. 당시 니켈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상황에서 니켈값이 급등하면서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했다. 중국 언론도 '악마니켈' 사건으로 대서특필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동향을 잘못 파악한 탓에 발생한 이 손실로 칭산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중국 철강시장 구조조정과 민영 1위 철강사 칭산 회생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한 빅딜이 최종 무산됐다는 의미다.

차이신은 니켈가격 하락과 스테인리스 수요 부진으로 딜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시장 논리에 따른 의사결정이라는 거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최근 니켈 채굴량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니켈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은 공산당의 의지로 모든 게 결정된다. 시장 상황을 볼 때 일견 상식적이지 않은 딜도 일사천리로 추진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딜 무산이 철강공룡 바오스틸이 칭산을 받아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칭산을 떠안겼다가는 바오스틸까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중국 산업당국도 이를 강행하기 어려웠다는 거다.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 철강업의 상징인 바오스틸의 순이익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63.8%, 2분기 41.6% 줄었다. 이 과정에서 바오스틸의 주력 계열사들이 대부분 적자 전환했다. 위기는 바오에만 오는 게 아니다. 중국 전체 철강사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8.8% 줄었다.

중국 철강사 실적이 거꾸러지는 건 단기적으로 우리 철강업계에도 악재다. 중국 철강사들의 가장 큰 수요처인 건설경기가 바닥을 긴다. 팔 곳은 없는데 공장은 오늘도 무섭게 돌아가고 철강재는 쏟아져나온다. 가뜩이나 일본산 저가 철강재가 수입되며 시장이 교란되는 한국에 중국산 철강재들까지 덤핑가격으로 들어온다. 수익이 나빠지는 국내 철강사들에게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 철강사들은 여전히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4% 줄었다. 현대제철도 올 상반기 전년 대비 47.4%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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