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재개 1곳 늘었다…길어지는 눈치싸움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9.2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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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證 참여로 증권사 5개사
고액자산가 수요 있지만 실익 장담 못해 '계륵'

CFD 재개 1곳 늘었다…길어지는 눈치싸움


이달부터 재개된 차액결제거래(CFD)를 둘러싼 증권사들의 눈치 싸움이 길어진다. 하이투자증권의 서비스 재개로 CFD 증권사가 5곳으로 늘어난 가운데 나머지 증권사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FD 잔고 규모는 6000억원대에 그치면서 올해 4월 말 터진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CFD만의 상품 특성을 활용하려는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있어 SK증권처럼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증권사가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8일부터 CFD 서비스를 재개했다. 신용거래융자가 가능한 종목이어야 CFD 투자를 할 수 있다. 현재 CFD 서비스를 재개한 증권사는 메리츠·유안타·교보·유진투자·하이투자증권 5곳이다.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한 증권사 4곳은 CFD 신규거래가 재개된 이달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덕연 사태가 터지기 전 CFD 서비스를 제공하던 증권사는 총 13곳이다. 이 중 SK증권은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아직 삼성·한국투자·NH투자·하나·신한투자·키움·DB금융투자증권은 재개 또는 종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대형 증권사 중 CFD 서비스를 재개한 회사는 메리츠증권이 유일하다.

CFD는 기초자산의 보유 없이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의 하나로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최소 증거금률은 40%로 증거금의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CFD 재개 1곳 늘었다…길어지는 눈치싸움
CFD 시장 규모는 라덕연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반토막 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증거금 포함 CFD 잔고는 1조2785억원이다. 지난 3월 말 잔고 2조7697억원의 46% 수준이다. 증거금을 뺀 잔고는 6443억원이다. 신규거래 재개 첫 날 6512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20조원대 고공행진 중인 것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증권사 5곳이 CFD 서비스 재개를 결정한 이유는 투자 중개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앞서 규제 강화로 CFD 시장이 존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 점을 고려하면 현재 시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판단도 반영됐다. 금융당국이 11월까지는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반영하는 CFD 취급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것 역시 증권사들이 빠르게 서비스 재개를 결정한 이유로 꼽힌다.

반면 CFD 비중이 미미한 대형 증권사는 서비스 재개에 따른 실익을 장담하지 못한다. 거래 위축으로 수수료 수익 기대치가 줄었을 뿐 아니라 불완전판매 논란 등 규제 리스크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의 CFD 수요가 존재해 섣불리 서비스 종료 결정은 내리지 못한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CFD 수수료 수익 기대는 사실상 없다. 시장을 관망하는 상황으로 당분간 서비스 재개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사 입장에선 CFD는 계륵 같은 존재인데 향후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면 고객들의 요구 때문에 우리만 하지 않을 순 없다"고 했다. 대형 증권사 대표는 "CFD 서비스를 재개한다면 절세 효과를 기대하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이라며 "사실상 신용거래와 같은 빚투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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