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는 지난 20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상장주선인 선정계약을 체결했다"고 답변했다.
지난 7월에는 엘앤에프가 코스피 이전을 결정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코스피 상장사인 셀트리온 (161,900원 ▼700 -0.43%)과 합병을 앞두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하 시총) 3,4,5,6, 12위 기업이 동시에 코스닥 시장을 떠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5개 기업의 시총을 합하면 32조3300억원 규모다. 이미 올해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간 SK오션플랜트 (16,160원 ▼110 -0.68%), 비에이치 (21,650원 ▼300 -1.37%), NICE평가정보 (9,460원 ▲60 +0.64%)까지 더하면 올해만 8개 기업이 빠지는 역대급 코스닥 탈출 러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전 기업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 (326,500원 ▲3,500 +1.08%)은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이전 잠재후보로 계속 언급된다. 에코프로비엠은 20일 종가 기준 시총이 28조411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12위 KB금융(22조9190억원)을 넘어선다. 에코프로비엠까지 포함하면 잠재적으로 감소할 코스닥 시총 규모는 55조원을 웃돈다. 20일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428조5590억원인데, 7분의 1이 날아갈 위기다.

코스닥을 떠나는 기업들은 대개 2차전지, 바이오주다.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시장으로 조성된 코스닥 시장 취지에 딱 맞는 기업들인데, 시장 성격과 관계없이 덩치가 커지면 일단 코스피로 이사가면서 두 시장 간 특색도 사라진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앞섰고, 지수 역시 680선에서 880선까지 30% 올라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시장 출범 당시 기준지수가 1000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제자리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지난 2020년 6월 사상 최초로 1만선을 넘기며 '만스닥' 시대를 열고, 현재 1만3600선을 오가는 것과 사뭇 다르다. 코스닥 시장이 이대로 활기를 잃어간다면 자칫 사라진 독일의 '노이어마르크트' 나 일본의 '자스닥'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역임했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기업들이 외국인, 기관 펀드 자금을 고려해 코스피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안정화되고 시장별 특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K-OTC, 코넥스 등 3부 시장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고 또 특례상장 등으로 시장 문턱을 낮추는 만큼 신뢰도와 재무 안정성도 개선해야 한다"며 "코스닥 시장에 남는 기업들을 위한 혜택 등도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