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캐피탈사·저축은행, 5000억 규모 PF대출 '배드뱅크' 만든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3.09.2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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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캐피탈사 4000억~5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저축은행도 수백억 조성키로

[단독]캐피탈사·저축은행, 5000억 규모 PF대출 '배드뱅크' 만든다


캐피탈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관리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배드뱅크'를 조성한다. 2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이 평균 4%로 치솟아 부실 '경고등'이 켜진 데 따른 것이다. 대부분 부실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NPL)을 떨어내는데 쓰이지만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을 재구조화하는데에도 일부 자금이 쓰일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산하의 KB·신한·우리금융·하나· NH·BNK· DGB캐피탈사 등 7개 캐피탈사는 약 4000억~5000억원 규모의 PF 펀드를 조만간 가동할 계획이다.



자금여력이 있는 금융지주 산하의 캐피탈사 중심으로 일정 금액씩 출자한 뒤 제3의 투자자를 추가로 모집해 최대 5000억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피탈 업계가 자체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PF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피탈 PF 펀드는 주로 PF 부실채권을 넘겨 받아 재매각하는 일종의 '배드뱅크' 역할을 할 전망이다. 2009년 은행권에서 부실채권 관리를 위해 설립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채권 매수 대상은 PF사업 초기 단계로 부실률이 가장 높은 브릿지론 중심이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PF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대출채권을 시장에서 매각하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서 업계 자체적인 펀드를 조성해 연체율 관리를 선제적으로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은 땅값 재조정, 용도 수정, 신규자금 투입 등 재구조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1조원 규모로 운용할 예정인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와 비슷한 역할을 일부 수행하는 셈이다.

[단독]캐피탈사·저축은행, 5000억 규모 PF대출 '배드뱅크' 만든다
저축은행도 수백억원 규모의 PF펀드를 별도로 조성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여유자금과 일부 대형 저축은행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저축은행이 보유 중인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이 대상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단지 부실채권 매각 뿐 아니라 분양 가능성이 높지 않은 물류센터를 지식산업센터로 용도변경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정상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이 유례가 없는 PF펀드 조성에 나선 이유는 이미 위험수위에 달한 연체율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양 업권의 PF 대출 잔액은 각각 10조원, 26조원이었다. 이 중에서 본PF로 넘어가지 않은 브릿지론이 저축은행 58%, 캐피탈사는 39%에 달한다. 특히 PF 대출 잔액에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PF대출과 똑같은 토지담보대출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출의 연체율은 최근 10%대로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PF 대출 평균연체율은 6월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이 4.61%, 캐피탈사가 3.89%로 2%대 초반대였던 지난해 말 대비 6개월 새 두배 올랐다.

부실채권을 PF 펀드에 매각한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브릿지론의 경우 고정이하 여신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20%에 달하는데 NPL을 적정한 가격에 매각하면 일부 충당금이 환입돼 이익으로 잡힌다. 향후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위험수위에 달한 연체율 지표도 연말에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도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무리한 만기연장이나 연체이자 감면이 아니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수도권의 비주택 브릿지론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어 이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며 "저축은행의 경우 필요하면 일부 5~10% 가량의 손해를 보더라도 담보로 잡은 토지를 경공매를 통해 매각해 손실을 떨어내는 특단의 조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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