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합병, 다음주부터 반대의사 접수..."문제 없이 완수" 의지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9.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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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낮은 주가
한도 1조원 넘으면 합병 무산될 수도

다음주부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의사 접수가 시작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면서 예상보다 많은 주주 반대로 합병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셀트리온에선 합병을 문제없이 완수하겠단 의지다. 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통합 셀트리온 비전을 발표하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셀트리온 합병, 다음주부터 반대의사 접수..."문제 없이 완수" 의지


연내 합병 목표
20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은 지난달 17일 상장 3사 합병 추진 결정을 발표했다. 연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고(1차), 내년 통합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을 흡수 합병(2차)하는 수순이다. 이 가운데 1차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28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2일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보통주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0주가 배정되는 형태다. 또 1차 합병 승인에 관한 주주총회는 오는 10월 23일 열린다.



이를 앞두고 셀트리온 (200,000원 ▲800 +0.40%)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는 오는 2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주주들로부터 '합병 반대의사 통지' 접수를 받는다. 이 기간 합병 반대의사를 밝힌 주주들은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이다. 즉 셀트리온 주주들은 15만813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6만7251원에 자신의 주식을 사라고 회사에 요청할 수 있단 얘기다.

문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보다 낮다는 점이다. 20일 셀트리온 종가는 14만53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종가는 6만4200원이다. 셀트리온그룹이 합병을 발표한 지난달 17일 이후 셀트리온 주가는 단 한 번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넘어서지 못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지난달 18일 한 번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넘어선 적이 없다.



이로 인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회사의 현재 주가가 행사가보다 높으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유인이 떨어지지만 낮으면 차익 실현을 위해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회사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하는데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야 해 이 부담을 감수하기 보다 합병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셀트리온그룹은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1조원으로 책정해둔 상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주가가 워낙 저평가된 상태라 (주식매수청구권 한도가) 1조원이면 충분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1조원을 넘을 경우 대비책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설립 후 처음으로 신용평가사로부터 단기신용등급 평정을 받은 게 이 일환이다. 그 동안 셀트리온은 주로 은행권에서 차입해 자금을 마련해왔다.

"내년 매출 성장 본격화, 지금이 합병 적기"
동시에 합병 성사를 위해 주주가치 제고에 팔도 걷어붙였다. 자사주 취득이 그것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28일 자사주를 각각 약 1000억원(69만6865주), 450억원(69만주) 어치 취득하겠다고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5번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4번째 자사주 매입 결정이다. 최근 자사주 매입은 약 2주만에 완료됐다. 이로써 올해 셀트리온(3043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183억원)는 올해 자사주 취득에 총 4226억원을 투입했다.


서정진 회장을 필두로 합병 셀트리온의 비전도 거듭 제시하고 있다. 합병 발표 당시 제시된 통합 셀트리온 목표는 2030년까지 매출을 12조원으로 늘리고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을 아우르는 종합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되는 것이다.

이후 서 회장은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21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내년부터 매출의 성장 본격화를 앞두고 주가가 저평가된 현재 시점이 합병의 적기라고 판단한다"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통해 이전부터 준비된 결과를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그룹의 성장에 있어 합병은 작은 이벤트일 뿐"이라며 "합병을 마무리해 빠른 시간 내에 매출과 이익을 대폭 늘리는 한편, 인류 건강에 대한 궁극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매출 원가율 하락, 통합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 등이 셀트리온이 제시하는 합병 기대효과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원가율은 70% 수준이나 합병 이후에는 셀트리온의 제조 원가율이 적용돼 원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구조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원가 이하로 판매를 할 수 없어 약가가 낮은 국가에는 영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합병으로 원가율이 낮아지면 가격 협상 여력을 기반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합병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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