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도 못 하는데…"돌보다 지쳐" 가정 파괴 이 질병 예방하려면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09.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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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완치도 못 하는데…"돌보다 지쳐" 가정 파괴 이 질병 예방하려면


오는 21일은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치매는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동시에 부양 가족에게 정신적, 경제적인 타격을 입힌다. 어르신들이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고령화 시계가 빠른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추정)는 약 89만 명으로, 2017년 약 71만 명에서 매년 약 5만 명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142만 명, 2050년에는 315만 명이 넘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은 "치매는 증가하는 노인성 질환 중 가장 대표적으로 자신을 잃어가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말과 행동을 하거나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병"이라며 "초기 치매 증상과 건망증은 뚜렷하게 차이가 나지 않고, 치매 종류도 많기 때문에 노년기에 미리 검사받아 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강조했다.



치매는 뇌가 손상돼 언어·기억·학습·판단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치매 원인만 100가지가 넘는다. 그중 발병 원인 1위는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다.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 조직이 소실되고 위축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전두엽 기능 장애로 인한 행동장애와 신체적 합병증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는데 기억력 등 지적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탓에 자신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또 다른 주요 치매 종류로 혈관성 치매가 있다. 뇌졸중이나 뇌혈관 손상에 의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발생한다. 기억력 감소에 앞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느려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밖에 동작과 걸음이 느려지고 굳어지는 파킨슨병 증상을 동반하는 루이소체 치매, 뇌의 전두엽 및 측두협의 퇴행성 변화로 기억장애보다 성격 변화, 이상행동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전두측두 장애로 인한 치매도 있다.



완치도 못 하는데…"돌보다 지쳐" 가정 파괴 이 질병 예방하려면
안타깝게도 치매는 아직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그만큼 치매의 '골든타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계산능력, 언어 능력 등은 감퇴한 상태지만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치매의 전 단계다. 65세 이상의 경도인지장애 발병률은 10~20% 수준이다. 정상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하는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10~15% 정도가 치매로 이환된다. 치매의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된다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치매 진단을 위해 인지 기능 검사와 혈액, 뇌 MRI 검사 등을 활용한다. 신경 심리검사를 통해 집중력, 기억력, 시공간 능력, 언어능력, 기억력 등의 영역을 평가하며 이를 통해 일부 정신장애도 감별할 수 있다. 혈액검사, 뇌 MRI 등은 치매의 세부적인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치매는 주로 약물치료와 비약물 치료인 인지중재치료법으로 치료하는데 전자는 치매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후자인 인지중재치료법은 치매로 인해 저하된 기억력, 언어능력 등의 인지 기능을 훈련해 향상하는 방법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알츠하이머 치매는 외국어나 악기 연주, 컴퓨터 사용 등 두뇌활동을 지속해 뇌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유지하는 것이 발병을 지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혈관성 치매를 막으려면 젊어서부터 깨끗하고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박 센터장은 "40대부터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자주 확인하고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뇌혈관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며 "매일 30분에서 1시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뇌세포의 산화 손상을 감소시키고 뇌 조직을 보호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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