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토색 반팔 수의를 입고 출석한 A씨는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섰다.
이에 검찰은 사건 이후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동생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했다. 피해자의 어린 딸에 대해서도 오는 26일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7일부터 3차례에 걸쳐 양형 증인신문, 검찰 서증 조사,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내 동생 살려내"라며 오열했다. 앞서 유족 측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고인의 실명을 공개하며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글쓴이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A씨가 7월13일부터 17일까지 동생의 집 앞에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접근금지 명령은 형식에 불과하고, 모든 상황이 끝난 뒤 경찰이 출동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썼다.
이어 "동생이 칼에 맞아 쓰러지자 가해자는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름 끼친다. 엘리베이터 앞이 흥건할 정도로 피를 흘려 과다출혈로 죽었다"며 공분했다.

이들은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관계가 됐고, B씨의 소개로 같은 직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범행 당시 피해자 B씨의 어머니 C씨(60대)도 A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손 부위를 흉기에 찔렸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월에도 A씨는 B씨를 상대로 데이트 폭행을 저질러 경찰 조사를 받았다. 6월에는 B씨로부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는 피소 일주일 뒤에도 B씨의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다가 현행범 체포됐다.
이에 A씨는 8월9일까지 B씨에게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한달여 만에 B씨를 찾아가 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