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없어요" 2025년, 다시 집값 폭등?…공급 '혈' 뚫으려면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3.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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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부동산PF 자금경색 악몽 재현되나 (下)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업계도 타격이 컸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중견중소사들은 부도를 맞았다. 정부가 진화에 나서면서 불씨는 잠시 잦아들었으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1여년을 맞아 최근 부동산 PF 시장과 현 정부 정책의 한계와 방향성에 대해 짚어봤다.

사라진 새집, 집값 폭등 부를라…PF 위기에 '주춤' 주택 공급 늘리려면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1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 3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 관계자들이 정비사업 공사를 하고 있다.  2023.7.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1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 3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 관계자들이 정비사업 공사를 하고 있다. 2023.7.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9.9%나 줄었다. 착공 실적(10만2299만 가구)은 같은 기간 54.1%나 급감했다. 최근 10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각각 30%, 62.5% 줄어든 수치다.

통상 주택은 인허가 3~5년, 착공 2~3년 뒤 공급이 이뤄지기에 주택 인허가·착공은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최근 실적을 감안하면 2025년부터 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이달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급의 혈을 뚫어 전체적인 순환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대책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의 혈을 뚫는 방법으로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융지원 등 자금조달 방안이 유력하다. 원 장관은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PF는 전반적으로 총량을 확보하고 옥석 가리기를 통해 서로 공급 주체들끼리 손바꿈이 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준비 중"이라며 "시장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PF 만기 연장과 함께 PF 보증 요건 또한 완화 돼야 대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분양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의 경우, 보증 심사 기준에 미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시공사의 연대보증이나 지급보증 식으로 이를 보완하라는 게 보증기관의 입장이다.

한국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그간 시공사는 PF 사업장에서 '책임준공'만 책임지면 됐는데 최근에는 관행적으로 연대보증이나 지급보증 등 과도한 부담이 요구되고 있다"며 "사실상 30위권 안에 들어야 보증서가 발급되고 있는데 지방 사업장은 상위 건설사들이 들어오지 않아 사업 착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새집 없어요" 2025년, 다시 집값 폭등?…공급 '혈' 뚫으려면
전문가들은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등 금융 지원과 함께 사업성 개선, 미분양 리스크 해소 방안 등도 함께 담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조달 지원 강화 시 일부 미착공PF 현장들의 사업 착수는 가능하겠지만 주택 인허가 물량 자체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PF 구조조정, 공공택지 전매 등을 통한 토지비 하락 등 사업성 개선 방안이 포함돼야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대금 연체율 증가와 민간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용지 전매 허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계열사끼리의 전매를 허용하는 식의 전반적인 규제 완화는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는 민간 리츠 활성화가 거론된다. 정부가 지난 1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5조원 규모 미분양사업장에 대한 PF보증을 신설했으나 10% 이상 분양가할인 등 조건이 까다로워 업계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만희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전 국토부 차관)은 최근 열린 부동산금융투자포럼 세미나에서 "분양이 안 될 경우 리츠에서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다가 시장 활황기에는 매각을 통해 매매 시장에 공급을 늘리면 널뛰기 하는 부동산 시장의 진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핵심 대책 '금융' 얼마나…PF보증 15조+α·구조조정 펀드 3조

"새집 없어요" 2025년, 다시 집값 폭등?…공급 '혈' 뚫으려면
오는 26일 발표되는 정부합동 주택공급 대책의 주축은 '금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지연된 사업장 위주로 신규자금을 투입해 가시적인 공급효과를 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늘려 민간 금융회사의 대출 '물꼬'를 트고 약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선다. 다만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결국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된다.

◇HUG·주금공 PF 보증 15조+α 확대 검토...5대 금융지주 2조원·캠코 펀드 1조원 사업장 구조조정 속도

19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은 26일 주택공급 종합대책 발표를 목표로 물밑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인허가 물량 급감에 따라 향후 2~3년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 위주로 신규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PF보증을 확대하고 보증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PF 보증은 토지 구입 등으로 브릿지론을 받은 사업자가 총사업비의 50%(분양사업)이내에서 은행 대출을 받아 본 PF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금융상품이다. 은행은 사업이 좌초되더라도 HUG나 주금공으로부터 대출원리금을 안전하게 돌려 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양 보증기관에 15조원 규모의 PF 보증 목표치를 부여했다. 양 기관의 보증여력을 감안하면 약 5조원 안팎의 추가 보증이 가능할 것으로 금융권은 추정한다. 아울러 신용등급 BB+ 이상·시공능력 700위 이내(HUG 기준)·5년간 주택건설실적 300세대 이상 등의 보증 요건 완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주금공이나 HUG는 내부 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사업성 평가를 해 30일 이내에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데 절차,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

사업장 재구조화 펀드도 최대 3조원 규모로 가동된다.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조성한 1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의 경우 공사가 지연된 사업장 채권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성을 높인 뒤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와 별도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민간 주도 PF 펀드를 각자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역시 사업장 재구조화 펀드로 약 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건설사업 전반이 자금 순환 내지는 정상적인 금융이 막혀 있다"며 "이 부분을 뚫어 자체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저희 역할이다. PF는 총량을 확보해 주고 보증 규모에 약간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금융과 충분히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집 없어요" 2025년, 다시 집값 폭등?…공급 '혈' 뚫으려면
◇올해 3조7000억원 PF 대출 확대한 은행권, "문제는 자금난이 아니라 사업성"

다만 민간 자금 중심의 공급대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급이 위축된 근본원인이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부족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은행권에선 올 들어 3조7000억원 규모로 PF대출을 대폭 늘렸다. 전 금융권 중에서 유일하다. 서울 서초구 신동아 아파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등 우량사업장 위주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도 영업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우량 사업장 위주로 대출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이)소극적일리가 없다"며 "금융단계의 문제라기 보다는 최근 땅값, 공사비가 많이 올라서 금융 앞단에서 시공사들이 (미분양을 우려해) 착공 자체가 안 이뤄진다. 본 PF 이전 단계에서 홀딩이 된 게 많아서 은행도 골라서 할 만한 게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땅값과 건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분양가격이 오르면 사업성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진다. 이같은 위험에도 불구, 양 보증기관이 PF 보증을 확대하거나 은행권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면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금융회사 PF 대출 잔액은 133조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증권사 17.28%, 저축은행 4.61%, 여신전문사 3.89%로 위험수위다. 은행도 지난해 말 0.01%에서 지난 6월 0.23%로 올랐다.

주택경기 침체기엔 민간 주도 자금지원이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공급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민간 건설사 미분양을 해결해 주고나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청년주택 등 임대로 돌리는 공공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LH 등을 통한 미분양 주택 매입은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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