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의 성충(참매미는 몸길이 36㎜, 날개 편 길이 59㎜)은 형형색색이고 배(복부)는 9~11마디인데 수컷은 처음 2마디가 발성기관으로 변형했다. 다른 동물이 다 그렇듯이 매미도 수컷만 울고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아야 하기에 배 부분이 발성기관 대신 산란기관으로 채워져서 음치(音癡)다. 포식자에게 잡히면 귀가 째질 정도로 비명을 질러대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소리도 못 내고 그저 발버둥만 친다.
그리고 여러 번 탈피해서 다 자란 유충이 매미로 허물을 벗고 날아간 후 남은 굼벵이의 껍질을 '선퇴'(蟬退)라 하며 이비인후과 질환에 효험이 있어 한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땅 위로 나온 애벌레는 나무나 풀을 찾아 기어올라가 허물을 수북이 벗어놓는데 보통 초저녁에 날개돋이를 많이 한다.
그런데 매미가 맴맴 떼지어 울다 갑자기 그치고 또 울기를 반복하며 동네의 무논 개구리가 개굴개굴 합창하다 순간 딱 멈추니 온 동네가 적막하다. 이들이 울어대는 떼창은 포식자가 겨냥하는 피식자(표적)를 못찾게끔 혼란시키는 비밀작전이다. 사실 수매미나 수개구리가 목이 찢어져라 우는 울음은 애타는 '사랑의 세레나데'로 암컷을 구애하는 애절함을 잔뜩 머금은 것이렷다.
'매미의 오덕(五德)'이라는 것이 있다. 3세기 무렵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이 매미를 유심히 관찰한 뒤 "매미는 머리에 주름이 있어서 우아하고(文) 이슬을 먹고 사니 맑고(淸) 남의 곡식을 탐하지 않는 염치가 있으며(廉) 집이 없으니 검소함(儉)이 있고 여기에 늘 때에 맞춰 행동하는 믿음(信)이 있다"고 칭송했다. 그가 이것을 '매미의 오덕'이라고 부른 후 관모(冠帽)에 본격적으로 매미 날개를 붙였다고 한다.
아무튼 1만원짜리 지폐를 볼 때마다 세종대왕이 쓴 익선관(翼蟬冠/翼善冠)과 세종의 왼쪽 어깨 위에 쓰인 잔글자 '1397~1450'(세종대왕은 54년을 사심)이 눈에 띈다. 익선관은 조선 시대 왕이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 쓴 의관인데 관리가 쓰는 관모의 각(角·뿔)은 옆(가로)을 가리키고 왕의 익선관의 각은 하늘(세로)을 향해 왕과 신하를 구별했다. 다시 말해 왕이 썼던 관은 뒤에 2개의 뿔을 날개처럼 달았으니 다름 아닌 익선(翼蟬·매미 날개)이요, 익선관이라고 부른다. 이 시대의 벼슬아치(공직자)들도 부디 매미 날개처럼 맑고 밝은 정사를 펼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