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떨어져서 그런지 언어는 물론 문화나 생각하는 방식도 많이 다르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에서 내린 정책적 의사결정과 그 결과도 사뭇 다르다. 바로 강원도의 카지노와 림뷔르흐(Limburg)주의 브라이트 랜드(Bright Lands)가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80년대 탄광산업이 몰락하면서 태백시, 정선군 등의 지역경제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비슷했지만 정책적 처방은 달랐다. 우리나라는 1995년 '폐광지역대발지원특별법'을 만들어서 10년 기한으로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했다. 이후 외국인 내장객수가 적어 내국인 입장을 계속 연장해왔는데 2021년에는 이를 20년 연장해 2045년까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다. 카지노 수입을 기반으로 관광투자라는 선순환 고리를 꿈꿨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강원도 카지노까지 갈 유인책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내국인 카지노에 머문 것이다.
그리고 브라이트 랜드의 핵심기관으로 네덜란드석탄공사(Dutch State Mining)와 마스트리트 대학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혁신을 선도하도록 주문했다. 1902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네덜란드석탄공사를 첨단 화학 및 소재 전문기업으로 혁신하고 사명을 DSM으로 바꾸었다. 단계적으로 정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민영화하고 브라이트 랜드의 중심인 세멀롯(Chemelot) 캠퍼스를 맡게 헸다.
또 의료보조인력 육성을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던 마스트리트 대학의 방향을 틀어 바이오헬스케어 연구중심 대학을 세우고 '바이오 헬스케어 캠퍼스'를 맡게 했다. 현재 브라이트 랜드는 △첨단소재 중심의 '세멀롯' △바이오 헬스케어 중심의 '마스트릭트' △데이터 및 블록체인 중심의 '스마트서비스 캠퍼스' △스마트팜 중심의 '그린포트 벨노 캠퍼스'가 차례로 완성되면서 지역경제는 물론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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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성공은 30년에 걸친 지역정부의 노력과 설득, 대학과 국영기업들의 혁신선도자 역할 수행, 3개국 접경지역을 활용한 우수인재 유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 하겠다.
"아이 한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혁신적인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혁신기업들이 창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엄마, 아빠 역할을 할 핵심 혁신기관과 대학, 좋은 정주여건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네덜란드 브라이트 랜드 사례는 똑같은 어려움을 겪어도 해결책은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어려움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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