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심리 자극할라"…저축銀, 유동성 관리 '올인'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09.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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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유동성 관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시장 불안 심리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부 저축은행은 유동성 비율을 법적 기준치의 10배 이상으로 맞췄다.

20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지난 7월 업계의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각 저축은행 임원이 참여하는 소통 채널을 마련했다. 또 중앙회는 회원사 공문을 통해 앞으로 각 저축은행의 유동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저축은행 자금 담당자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회 주도에 따라 각 저축은행도 회전식 정기예금을 선보이는 등 유동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3·6·9개월 등의 단위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자를 지급받는 시점이 짧게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선 3·6·9개월 등으로 만기를 분산할 수 있다.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갑자기 예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회전식 정기예금을 새롭게 출시하거나 해당 상품의 금리를 상향 조정한 저축은행은 OK·다올·JT친애저축은행 등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유동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 예금을 받고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 등으로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비율은 3개월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저축은행의 단기채무 지급 능력을 알려주는 지표다. 저축은행 감독 규정에서 정한 유동성 규제 비율은 100%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1년 새 유동성 비율을 2~10배 이상 높이기도 했다. 79개 저축은행 중 6월말 기준 유동성 비율이 500%를 넘는 곳은 24개에 이른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1450% △HB저축은행 1226% △상상인저축은행 1080% △SNT저축은행 1051% 등 일부 저축은행은 유동성 비율이 1000%가 넘는다.

저축은행이 유동성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선제적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예금 인출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고 보고 미리 실탄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5.33%로 3개월 전보다 0.17%포인트(p) 높아졌다.

하반기 만기 도래 예금의 규모가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정상·요주의 예수금 중 올해 12월 안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은 19조7086억원에 이른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말 고금리로 유치한 일부 예금은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1금융권과 달리 예금자가 불안 심리로 인해 갑자기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비율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높게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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