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 대표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와 애플 앱스토어 등 모바일 앱마켓에 종속된 디지털 생태계를 예로 들어 미국과 중국에 디지털 패권을 뺏기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류 대표는 "오픈AI가 월드투어를 하면서 챗GPT 플러그인(Plug-in)으로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좋게 말하면 상생이고 나쁘게 말하면 내 밑에 줄을 서라는 의미다"라며 "생성형AI나 검색 영역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영역에서도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자국 정부와 한 팀이 돼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 사례를 들며 국회와 정부가 국내 플랫폼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지대 스마트연구센터장인 김현명 교수(교통공학과)는 일본 자이카(JICA, 일본국제협력단)가 일본 기업의 태국 진출을 도운 사례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 모은 정밀한 현지 데이터로 그다음 기업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정보를 가져온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에 진출하면 우리도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현지 지형이나 이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도 "국내에서도 체력을 비축하지 못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은 고사하고 무료 서비스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 회사들이 장악한 동남아도 못 가는 현실이다"며 "국내 성과를 내고 해외에서 손잡고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류 대표는 이날 카카오모빌리티의 해외 진출 성과와 목표도 공유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12월 일본 재팬택시(현 GO택시)와 협력으로 카카오T플랫폼에서 일본 택시를 호출할 수 있도록 한 이후, 동남아 6개국·괌·유럽 22개국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연내에는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버·그랩·리프트 등 해외 플랫폼들에서 카카오택시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와 카카오T에 해외 신용카드 결제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지난 6월 기준 글로벌 차량 호출 건수가 이탈리아·프랑스 등 지역에서 360%, 중국에서 230% 늘었다(지난해 12월 대비)"며 "사용자들이 각지 플랫폼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위의 플랫폼, '모빌리티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포지셔닝해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