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때문에 못 살아"…짐 싸는 코스닥 대어들, 더 큰 이유 있다?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2023.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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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스닥 엑소더스]④

편집자주 2차 전지를 비롯한 기술주 랠리 속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맞았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거래대금과 지수 상승률 모두 형님인 코스피를 앞섰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 활황에 힘입어 성장한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커지자 일제히 코스닥 시장을 등지고 있다. 코스피 2부 리그라는 꼬리표는 언제쯤 뗄 수 있을까. 코스닥 시장 기업 이탈 잔혹사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공매도 때문에 못 살아"…짐 싸는 코스닥 대어들, 더 큰 이유 있다?


올해 코스닥 시장 훈풍 덕에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잇따라 코스피로 이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SK오션플랜트 (14,350원 ▲10 +0.07%), 비에이치 (23,650원 ▲350 +1.50%), NICE평가정보 (11,090원 ▲240 +2.21%) 3개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을 마쳤고 하반기에도 포스코DX와 엘앤에프, HLB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역대급 코스닥 탈출 러시다.

연간 3곳 이상의 코스닥 상장사가 코스피로 이전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이전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대어들이 짐을 싸는 이유로는 △공매도 리스크 해소 △기관 자금 유입 △인지도 개선 등이 꼽힌다.



BYE 코스닥, BYE 공매도
코스닥 대표 기업들이 이전 상장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공매도 리스크 해소가 꼽힌다. 현재 공매도 허용 종목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으로 한정된다. 이번에 이전 계획을 밝힌 기업들은 모두 코스닥150에 포함된다. 이들이 코스피로 이전했을 때 시총 200위 내 들지 않는다면 공매도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공매도 때문에 못 살아"…짐 싸는 코스닥 대어들, 더 큰 이유 있다?


2018년, 코스닥 대장주였던 셀트리온도 공매도를 이유로 시장에서 등을 돌렸다. 공매도 세력을 문제삼으며 시장 이전을 요구했던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전 상장 뒤에도 공매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는데, 코스피200에 편입된 것은 물론 시가총액 상위권 자리도 꿰찼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이전상장일(2018년 2월9일) 전 1년간 243억원 정도였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이전 후 1년간 441억원으로 약 81% 증가했다.

주가도 부진하다. 셀트리온은 코스피 이전 직후에는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현 주가는 이전상장일 종가(25만913원, 수정주가) 대비 4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최근 10년간 코스피 이전 기업 13곳 중 10곳도 주가가 전보다 하락했다.

'뱀 머리'보다 '용 머리'를 선택한 탓에 시장에서 외면받는 경우도 흔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형주여서 성장 기대감이 오롯이 주가에 반영됐다면, 큰 시장에서는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전 상장으로 공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이전 초기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후에는 성장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상승세가 희석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관 자금 유입·인지도 개선 기대감도
(서울=뉴스1) = 정상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정상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할 때 가장 크게 기대되는 것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다. 대형 우량주가 많은 코스피 시장 특성상 다양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공매도 회피를 이유로 꼽지만 그보다는 외국인 수급이 큰 코스피로 옮겨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는 측면이 더 강하다"며 "실제 코스닥 종목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 상장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시장이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시장인만큼 기업 신인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 경제 특성 상 수출기업들이 많은데, 코스피 상장사인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할 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나, 테마주들이 여전히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한 기업 IR 담당자는 "아직 기업 경영진 사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레벨을 나누는 분위기가 있있다"며 "코스피 상장사라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충분히 자랑거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를 유치할 때도 코스닥 상장보다 기업 신뢰도를 높게 평가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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