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그먼트' 대안 될까…코스닥 시장 더 커지려면?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9.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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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스닥 엑소더스]⑤

편집자주 2차 전지를 비롯한 기술주 랠리 속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맞았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거래대금과 지수 상승률 모두 형님인 코스피를 앞섰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 활황에 힘입어 성장한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커지자 일제히 코스닥 시장을 등지고 있다. 코스피 2부 리그라는 꼬리표는 언제쯤 뗄 수 있을까. 코스닥 시장 기업 이탈 잔혹사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글로벌 세그먼트' 대안 될까…코스닥 시장 더 커지려면?


우량 성장주들이 코스닥시장을 잇따라 떠나면서 코스닥 시장 이미지 제고가 시급해졌다. 떠나는 기업들은 대개가 기술벤처기업들로, 코스닥 시장이 나스닥 시장을 벤치마킹해 중소형 벤처기업 위주로 꾸리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우량 상장사들을 한데 묶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로 관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엔 총 50개의 코스닥 우량 기업들이 편입돼 있다. 에코프로비엠 (236,000원 ▲2,000 +0.85%), 에코프로 (106,000원 ▼2,100 -1.94%), JYP Ent. (66,700원 ▲100 +0.15%), 알테오젠 (173,700원 0.00%)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과 코스피 이전상장을 준비하는 포스코DX (40,250원 ▼950 -2.31%), 엘앤에프 (157,000원 ▲2,800 +1.82%), HLB (110,100원 ▲500 +0.46%)등이 포함된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내 재무실적과 시장평가,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들을 선별해 별도로 운영·관리하는 제도다. 우량기업이 있음에도 일부 부실기업 문제가 확대돼 전체 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 매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에 마련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코스닥 시장에 도입됐다.

거래소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코스닥 글로벌 지수'도 만들었다. 현재 이 지수를 추종해 KODEX 코스닥글로벌 (11,180원 ▼60 -0.53%), TIGER 코스닥글로벌 (11,560원 ▲125 +1.09%) ETF(상장지수펀드) 등이 운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코스닥 우량 기업, 핵심 성장 산업들을 선별하기 용이해졌다고 말한다. 'KODEX 코스닥글로벌' ETF를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 종목 중 재무적으로 우량한 종목만 골라 투자하기에 단기 급등락에 지친 투자자에 적합하다"며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코스닥 시장 출범식코스닥 시장 출범식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외에 코스닥 상장사만의 인센티브, 차별화된 제도 운영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은 1980년대 후반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의 주식장외시장으로 출발했다. 설립 취지와 걸맞게 기술력이 높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렸다. 이후 정부는 코스닥 시장을 별도 관리, 코스피와의 차별점을 키우기 위해 1997년 코스닥위원회도 설치했다.

그러나 여전히 코스닥 시장에서 주목받아 덩치가 커지면 코스닥 시장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두 시장 차별점도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은 사업 특성 상 코스닥 시장이 적합하더라도 기업 이미지 등을 이유로 처음부터 코스피 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상장을 앞둔 두산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코스닥 시장이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 벤처기업 위주의 자스닥(JASDAQ) 시장이나 호주 GEM 사례를 꼽는다. 자스닥은 중소형 혁신기업 위주 시장으로 꾸려졌지만, 결국 거래나 시장 존재감이 줄면서 일본 최대 거래소인 도쿄증권거래소(JPX)에 통합됐다.

'글로벌 세그먼트' 대안 될까…코스닥 시장 더 커지려면?
지금은 사그라들긴 했지만 2015년 코스닥 시장 분리 주장이 강하게 설득력을 얻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조업 등 전통 대형주 중심으로 꾸려지는 코스피 시장에 맞서 코스닥 시장이 성장하려면 혁신 기술주 위주라는 특성을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정책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나스닥 시장은 별도 거래소로 분리돼 있어 상장사들에 보다 저렴한 수수료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지수를 벤치마크하면서 나왔으나 아직 '2부리그'란 인식이 강하다"며 "나스닥처럼 상장 시 양적 평가 문턱을 낮추는 대신 기업의 혁신성, 수익 창출 가능성, 미래 전망 등 질적 평가 요소를 더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술력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도 코스닥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스닥 기업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일부 상장사의 문제가 코스닥 시장 전체로 번져 저평가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소리다. 본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점진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신뢰도 하락을 막아야 기업 이탈을 막을 수 있을 텐데, 문턱을 낮춘 만큼 한계기업들은 빨리 퇴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단 한 번 증시에 입성하고 나면 주주들을 방패 삼아 퇴출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는 코스닥 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코스닥시장에 소규모 기업, 성장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많아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많이 적용받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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