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C-뷰티에 K-뷰티 밀린다고? 중국인 홀린 '립틴트' 원조는 한국산

머니투데이 상하이(중국)=조한송 기자 2023.09.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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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K-뷰티, 성공 방정식이 변했다 ②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국 수출을 이끌 K-뷰티의 산업 구조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장품 대기업의 고급 브랜드가 수출의 첨병 역할을 했다면, 한국 ODM의 높은 제조경쟁력과 톡톡 튀는 인디브랜드의 마케팅 아이디어가 만나 전세계 젊은 소비자들을 동시공략한다. 코로나19(COVID-19) 기간동안 전세계적인 온라인 마케팅·구매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과 참신함을 빠르게 인정받은 덕분이다. 전세계를 새롭게 두드리고 있는 K-뷰티의 현 상황과 발전 가능성을 짚어본다.

코스맥스차이나 상해 공장에서 작업자가 제조믹서에 원료를 배합하는 모습/사진=코스맥스코스맥스차이나 상해 공장에서 작업자가 제조믹서에 원료를 배합하는 모습/사진=코스맥스


중국 상하이 봉현구에 있는 뷰티밸리. 100여개의 화장품 공장이 모여있는 이곳에 코스맥스 차이나의 공장이 있다.

코스맥스 차이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머니투데이에 공장을 공개했다. 13일(현지시간) 오후 방문한 색조 공장에서는 순수 원료가 입고돼 보관되는 모습부터 제조믹서에서 내용물이 만들어지고 용기에 담겨 포장되는 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하루 약 200만개의 화장품이 생산된다. 대부분이 중국 내수에서 소비된다.

각 색조 제품별 처리 과정마다의 개별 방으로 나뉘었고 유리창문을 통해 각 단계를 거쳐 완제품이 생산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마스카라를 만드는 제조 공정에서는 작업자가 큰 드럼통 모양의 제조믹서에 원료들을 넣고 배합하는 모습이 보였다. 각 원료들에는 저마다의 무게와 제조일자 등이 바코드로 입력돼 있다. 작업자는 원료 창고에서 넘어온 재료들의 바코드를 스캔하며 공정에 맞게 처방했는지 확인했다. 모든 공정은 전산화돼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이렇게 제품 혼합이 끝나면 보관실에서 일정 기간 테스트를 거친 뒤 포장 공정으로 넘어간다. 공장 중간중간에는 로봇이 돌아다니며 원료나 제품의 운반을 돕는 모습이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실업률 증가 등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한 C-뷰티(차이나뷰티) 성장세가 매섭다. 중국 정부의 로컬 브랜드 강화 정책과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이 화장품 시장까지 확산한 결과다. 하지만 화씨즈, 퍼펙트다이어리 등 중국 유명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은 한국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이 만든다.

국내 ODM 중에선 코스맥스가 2004년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해 중국 제조시장 내에서 톱티어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후발주자인 씨앤씨인터내셔널은 2017년 상하이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화장품 제조시장에 뛰어들었다. 씨앤씨인터내셔날의 중국 공장은 코스맥스 차이나 공장 인근에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날은 중국 진출 초기에는 로레알, 아모레퍼시픽 등 글로벌 고객사들의 물량을 맡았으나 애국주의 소비가 급부상하면서 로컬 브랜드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주요 고객사인 현지 브랜드 '인투유(INTO YOU)'가 올해 618 행사에서 틱톡 색조 순위 10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며 현지 브랜드들의 러브콜이 쏟아진 것. 박제연 씨앤씨인터내셔널 중국법인장은 "지난해만해도 우리가 대형 브랜드 회사를 찾아다녔지만 올해부터는 상하이, 항저우 등에서 대형사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포인트 메이크업으로 인디 브랜드를 성장시키다보니 입소문이 탄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브랜드 고객사의 주문이 늘어나면서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부터 중국 2공장의 증설을 완료하고 현재 가동중이다. 올해 연말부터는 중국 현지 신규 브랜드사의 수주 물량의 생산이 시작된다. 박 법인장은 "주요 고객사인 인투유의 생산 비중이 70% 이상이지만 연말부터 내년까지 이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현지에선 입술 화장 부문에서 규모가 큰 회사"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차이나 상해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립스틱을 생산하는 모습/사진제공=코스맥스코스맥스 차이나 상해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립스틱을 생산하는 모습/사진제공=코스맥스
중국서 립틴트 열풍 이끈 K-뷰티
씨앤씨인터내셔널 중국 상해 공장 연구소 모습/사진=조한송 기자씨앤씨인터내셔널 중국 상해 공장 연구소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근래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은 품목은 립틴트다. 과거 중국에서 입술 화장은 랑콤, 디올 등 글로벌 회사의 립스틱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립틴트가 대세다.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지 브랜드의 립틴트의 대부분은 현재 코스맥스, 씨앤씨인터내셔널 등 국내 화장품 ODM에서 만들어진다. 국내 제조사들이 중국 현지 시장에 맞게 내놓은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린 결과다. 강병하 코스맥스차이나 연구소장은 "중국에서 립틴트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며 "현재 코스맥스에서만 중국 현지 로컬 브랜드의 65%의 물량을 생산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에 있는 제조회사 중 자체 화장품 제형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갖춘 곳은 코스맥스 등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이 거의 유일하다. 이들 연구소는 중국 현지 브랜드사가 원하는 요구 사항에 맞춰 원료나 제형 등 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코스맥스 차이나 상해 색조공장에는 색조, 기초 등 각 파트별로 화장품 개발 연구원만 200명이 근무한다. 이들은 고객사 등으로부터 요청받은 내용을 토대로 필요한 특성을 확인해 샘플을 만드는 등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총경리(부회장)은 "2004년 중국 공장을 열었을때만 해도 중국 현지에 연구소를 가진 곳은 글로벌 회사뿐이었다"며 "중국 화장품 법규가 아닌 제형 연구원을 제대로 갖춘 회사는 코스맥스가 최초"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사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한 중국 현지 인디 브랜드의 급성장으로 국내 제조회사들도 덩달아 매출 급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올해 상하이 법인에서 상반기에만 10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136억원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중국에서도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씨앤씨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현재 1공장의 가동률은 100%, 지난 3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2공장은 40% 수준이다. 2공장의 경우 광군제 효과가 더해지는 4분기에는 50~60%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맥스 차이나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공장 가동률이 되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때 80~90%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 부회장은 "중국 소비 시장 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광군제 등이 있는 4분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중국 화장품 법규도 강화됐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제조회사들엔 글로벌 제조회사들과 초격차를 벌이는 좋은 기회로 본다"고 강조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 중국 상해 공장 전경/사진=조한송 기자씨앤씨인터내셔널 중국 상해 공장 전경/사진=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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