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킹소주24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증류식 소주가 아닌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는 '참이슬', '처음처럼' 등이 경쟁하는 3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이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성장이 멈춰있다. 반면 증류식 소주는 1000억원 규모지만 3년간 2배 성장하는 등 신제품 출시가 이어졌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와 '진로 1924 헤리티지', 광주요그룹의 '화요' 뿐 아니라 박재범의 '원소주', 임창정의 '소주한잔' 등 그동안 증류식 소주는 히트작이 계속 출시됐다.
신세계L&B는 킹소주24 출시가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서 신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제주공장의 설비면허가 증류식 소주에 국한된데다 저도주 일변도의 소주시장에서 고도주 소비자의 구매력을 확인하기에 '희석식 고도주 소주' 출시가 적합하다고 봤다는 것.
신세계L&B 관계자는 "킹소주24가 메인 스트림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참이슬 오리지널이 20.1도에 불과해 고도주를 즐기는 마니아 소비층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제주소주를 인수한 후 2017년 '푸른밤'이란 브랜드로 소주 시장에 진출했다. 도수를 16.9도와 20.1도로 나눠 각각 '짧은밤', '긴밤'으로 구분지었다. 이마트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충성도 높은 소주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적자를 거듭하다 2021년 사업을 접었다.
제주소주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해외에서의 리큐르 소주(과일소주) 인기와 맞물리면서다. 신세계L&B로 흡수합병 된 후 지난해 동남아시아 유통업체들과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계약을 맺고 수출 물량을 확보한 것이 소주 명맥을 잇는 계기가 됐다. 현재 동남아 7개국에서 '친구소주', '봄비소주', '오소주', '우정소주', '고래소주', '추가소주', '아라소주' 등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킹소주24 출시는 신세계가 여전히 희석식 소주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종합주류회사로서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주류생산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