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밑으론 안 가"…취업 남방한계선에 기업들 '서울로'](https://orgthumb.mt.co.kr/06/2023/09/2023091815454451308_1.jpg)
18일 재계에 따르면 지방에 주요 근거지를 둔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속속 근무지를 옮기고 있다. 이달 19일까지 하반기 채용 지원을 받는 포스코는 구매와 마케팅 등 일부 인문 직군의 근무지를 서울로 뒀다. 포스코는 2016년부터 신입 사원들을 포항이나 광양으로 우선 배치해왔다. 입사하자마자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군을 만든 것은 7년만이다. 포스코는 근무지 변경에 대해 "중장기적 인재 채용의 효율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 근무를 선호하는 지원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는 2년여전부터 미래차 연구부문과 소프트웨어센터 등 R&D조직을 판교와 원효로 사옥으로 옮겨왔다. 현대차그룹의 R&D 핵심 거점인 남양 연구소는 서울 중심부와 다소 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해 있다. HD현대 역시 지난해 말 판교에 글로벌 R&D센터인 GRC를 완공한 이후 올해 채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GRC를 지은 후 울산에 있던 R&D조직이 모두 판교로 옮겨왔다.
거점을 옮길 수 없을 땐 순환 근무제를 채택하거나 지방 거점 대학 학생들의 채용을 늘리기도 한다. 모 대기업의 영업관리직군은 직원들이 전국 판매법인에 돌아가며 일정 기간 순환 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판매법인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의도도 있지만, 사실 수도권 지원자가 많아 무조건 순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크다"며 "지방 거점대 출신 직원들도 수습 후 근무지 배치 시점이 되면 서울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HR(인적자원) 컨설팅 기업인 인쿠르트가 올해 3월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근무지를 취업 주요 우선순위로 꼽았다. 1순위(31.5%), 2순위(41.6%)로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고, 3순위로 꼽은 응답은 11.2%로 뚝 떨어졌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 거주 지원자들은 절반 이상이 무조건 수도권에서 근무하겠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R&D센터 등을 서울에 가까운 곳에 짓는 이유 자체가 채용 목적이 크다"며 "마음 같아선 서울에 짓고 싶지만 지을 곳이 없어서 이른바 남방한계선 안에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