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에 '판다(Panda)'가 등장한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3.09.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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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

2016년 4월 21일 에버랜드 판다월드 개관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 후 참석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2016년 4월 21일 에버랜드 판다월드 개관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 후 참석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판다월드는 성황리에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 102차 공판 과정 중 삼성 측 변호인이 한 얘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 측은 이날 공판에서 여러 차례 '판다(Panda)'를 전시하는 시설 등이 건립 계획에 따라 잘 진행됐다며 검찰의 공소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 에버랜드에는 많게는 하루 7000명 정도의 관람객이 다섯마리의 판다 가족(아빠 러바오, 엄마 아이바오, 큰언니 푸바오, 이름 미정인 쌍둥이 새끼 판다 2마리)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판다월드가 2016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판다 얘기가 나온 이날 재판의 핵심쟁점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의 합병과정에서 '인위적 주가 부양을 위한 허위 호재'를 공표했는지의 여부였다. 검찰은 삼성 측이 2015년 6월 초순경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될 위험이 커지자 제일모직(에버랜드 합병 후)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할 목적으로 '용인 에버랜드 관련 허위 개발 계획'을 공표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에버랜드가 10년 동안 에버랜드 주변 약 1322만㎡ 부지를 단계적으로 체류형 복합리조트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이 허위라는 것.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은 일부 변경된 것도 있지만 계획대로 진행돼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특히 현재 쌍둥이 새끼 판다를 출산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에버랜드 판다 전시장인 판다월드만 보더라도 허위 계획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 에버랜드는 지난달 태어난 쌍둥이 아기 판다의 이름을 공모한다고  24일 밝혔다.  '자이언트 판다'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서 지난 7월 7일 태어난 쌍둥이 판다는 모두 암컷들로 180g, 140g의 몸무게로 세상에 나왔다.  에버랜드는 쌍둥이 아기 판다가 100일을 맞는 10월 중순경 이름을 발표할 예정이다. (에버랜드 제공) 2023.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에버랜드는 지난달 태어난 쌍둥이 아기 판다의 이름을 공모한다고 24일 밝혔다. '자이언트 판다'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서 지난 7월 7일 태어난 쌍둥이 판다는 모두 암컷들로 180g, 140g의 몸무게로 세상에 나왔다. 에버랜드는 쌍둥이 아기 판다가 100일을 맞는 10월 중순경 이름을 발표할 예정이다. (에버랜드 제공) 2023.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합병에 앞선 갑작스런 개발 계획이었나?=검찰 측은 공소장에서 2003년부터 2015년 6월경까지 '용인 에버랜드 개발계획'은 제일모직이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도 없었고, 추진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또 2014년 6월경 제일모직의 상장 발표와 더불어 홍보성 소재로 갑자기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이 개발계획은 미래전략실의 수차례 사업중단 또는 보류 지시를 받고 어떠한 진척도 없이 중단된 상태의 사업이었는데 합병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실현가능성이 없는 대규모 개발계획을 곧 실현될 것처럼 가장해 발표했다는 게 검찰 공소장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합병에 앞서 갑작스럽게 만들어지고 발표된 계획이 아니며 2012년 11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에 따라 용인개발 마스터플랜이 마련돼 7차례 검토를 거쳐 2025년까지 3단계로 숙박 및 친환경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사업이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럽게 진행한 것이 아니라 합병 3년 전부터 구체적 계획에 따라 실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업성 검토 없었나?=검찰이 삼성에버랜드의 용인개발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가 없었다고 주장한데 대해 변호인 측은 다각도의 사업성 검토가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합병 검토 전인 2014년 4월 제일모직이 2012년 마련된 '용인 개발 마스터플랜'의 사업성을 검토해 당초 1조 4000억원 규모였던 계획을 8000억원 규모로 줄였다. 그 해 9월에는 딜로이트컨설팅을 포함해 글로벌 업체들이 파크호텔 관련 수요조사 등을 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가 진행됐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파크호텔의 운영을 위탁받기로 했던 호텔신라도 사업성에 이견을 제기하는 등 사업성 검토는 다각도로 진행됐다는 게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8000억 조달 가능했나?=검찰은 자금 조달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고 조달능력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 측은 충분한 자금여력과 조달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제일모직의 당시 내부 유보금이 1조 2000억원으로 상당해 8000억원의 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기존 투자현황을 봐도 2002년에서 2013년까지 7358억원을 투자하는 등 10년간 8000억원 투자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보금이나 과거 투자경험으로 볼 때 자금조달 능력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 합병관련 102차 공판의 오전 일정을 마치고 법원 경위들의 경호를 받으며 점심식사를 위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 합병관련 102차 공판의 오전 일정을 마치고 법원 경위들의 경호를 받으며 점심식사를 위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공사 진척이 없었나=용인개발 계획 발표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고 검찰이 주장한데 대해 변호인 측은 용인시의 각종 인허가 진행과 제일모직의 공사 내용을 들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2014년 9월 인허가 절차를 착수하고 100억원을 들여 파크호텔을 추진했다며 이듬해 3월 부지를 정리하고, 5월경 건축허가를 받아 7월 14일 착공신고를 해 로비동과 옥외수영장 등 공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도급 업체의 지급내용에서도 확인 가능한 것이라구 말했다. 또 당초 파크호텔을 짓기로 했던 독수리요새(익스트림 놀이기구) 부지에 매화원을 짓는 등 공사는 지속적으로 진행됐다고 변호인 측은 밝혔다.

◇미전실의 수차례 사업중단 요구 있었나?=검찰은 삼성미래전략실의 수차례 사업중단 요구가 있어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일부 경영상황이 나빠지면서 투자여건이 어려웠고, 그 이유로 용인 개발 계획이 조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단되거나 보류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이 계속 진행된 것만 봐도 미전실의 요구에 수차례 사업이 중단됐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다. 또 파크호텔 대신 매화원이 조성되는 등 일부 변경이 있었으나 수정된 마스터플랜에는 기존 마스터플랜에 있던 에코파크와 판다전시장 등이 그대로 존재했다며 사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현재 판다월드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김봉영 당시 에버랜드 사장이 7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 측은 "그 어디를 찾아봐도 김 사장이나 에버랜드가 당시 낸 보도자료는 없다"며, 당시 보도자료는 용인시가 삼성이 1조 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변호인 측은 제일모직이 합병을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려고 허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여러 자료와 정황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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