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실손전산화 개정, 또 해넘기나···정치에 밀린 민생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3.09.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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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없는 실손전산화 개정, 또 해넘기나···정치에 밀린 민생


종이서류 없이 온라인상에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신청할 수 있는 실손보험전산화(이하 실손전산화)가 또 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의 논의 및 처리가 기대됐지만 정치 이슈에 묻혀 표류하게 됐다.

18일 보험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이날 법사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실손전산화가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실손전산화는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는 내용이다.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종이서류를 따로 마련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지난 13일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가 기대됐었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미뤄졌다. 의료계가 실손전산화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이유였다. 의료계는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보험사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예정된 법사위에서 다시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야당이 상임위원회를 보이콧하면서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날 실손전산화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연내 법 개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월 국정감사와 연말 국회 우선순위인 예산을 논의하다 보면 실손전산화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손전산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개정을 권고했고 14년만인 지난 5월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6월에는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보험업계는 물론이고 실손전산화가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 소비자들의 기대도 미뤄지게 됐다.


지난해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수는 3997만명에 달한다. 2020년 기준 연간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약 1억626만건이다. 국민 대부분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그간 번거로운 과정으로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일도 잦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전산화도 민생과 관련이 깊은 내용인데 정치적인 이슈에 밀려 처리가 늦어지게 됐다"며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볼 수 있겠지만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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