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보충수업' 줄였더니…"한국과 똑같은 일" 깜짝 놀란 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9.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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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학생들의 교육 부담을 줄이자 저소득층의 진학가능성이 급락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2년 전 사교육 금지 조치를 발표했지만 이전에도 숙제 시간 제한, 우등반 금지 등 학생들의 교육 부담을 줄여왔고 이번 연구는 그에 대한 결과다. 중국 연구진은 공교육 부담 완화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한국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사진=중국 인터넷/사진=중국 인터넷


1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유명 저널 '경제학(계간)'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인용해, 지난 10여년간 공교육 부담 완화정책이 실시된 후 소득 하위 10% 가구 학생의 고등학교 진학가능성이 9.3%포인트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으로 인해 학생의 진학률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가정의 교육지출 확대로 연결됐다는 결론이다.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이 논문의 제목은 '교육부담 경감, 가정 교육지출과 교육 공평'(敎育減負,家庭敎育支出與敎育公平)이다. 논문은 2008~2018년 기간 중국 가계조사 데이터와 2005~2018년 발표된 중국의 교육부담 경감정책에 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가계의 교육 지출과 학생의 학습부담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2021년 7월 중국 정부가 숙제와 사교육 줄이기, 이른바 '쌍감(雙減) 정책'을 발표하며 학생 부담 경감 정책이 강화되는 와중에 발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자들은 '쌍감' 정책이 장기간 실시된 이후를 분석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전 10여년간의 정책 영향을 분석해서 참고자료로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2005~2018년 교육 부담 경감 강도는 갈수록 강해졌다. 해당 기간 학급 인원 감소, 학교에 있는 시간 제한, 숙제 시간 제한, 보충수업 금지, 성적우수반 설치 금지 조치 등이 시행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론은 다소 충격적이다. 학생 부담 경감 정책이 시행된 후 소득 상위계층의 교육지출과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008~2018년 소득 상위 10% 가구의 교육지출은 평균 67% 증가했으며 학습시간은 주당 10.4시간 늘었다. 소득 하위 10% 가구의 부담은 줄었는데, 이들의 교육 지출은 평균 21% 감소하고 학생들의 학습시간도 평균 주당 9.2시간 줄었다.

"이런 감소의 대가는 소득 하위 계층이 진학경쟁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줄었다는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진학경쟁은 치열한데 교육부담 경감정책으로 공교육 서비스 제공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교육 불공평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은 학교에서 충분한 학습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학원을 통해 보충할 수 있는 기회도 얻지 못하면서 오히려 진학경쟁에서 퇴출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0년간의 교육부담 경감정책 시행 후 소득 하위 10% 가구 학생의 고등학교 진학 확률은 평균 9.3%포인트 하락했으며 소득 상위 10% 가구 학생의 진학 가능성은 평균 5.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사교육보다 자율학습에 의존했던 저소득층 학생은 해당 정책 시행 후 가계의 교육지출이 증가해야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중국의 교육 부담 경감정책의 결과가 의도와 반대로 나타난 데 대해 한국의 예를 들며 보편적인 사례라고 했다. 한국 역시 꾸준히 교육부담 경감 정책을 실시했으나 가계의 교육지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교육 불평등 현상이 발생했으며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것이다.



연구자들은 "진학 경쟁이 존재하지 않거나 진학률이 아주 높을 경우에만, 학교 내 부담과 사교육 부담 경감이 효과가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또한 '쌍감' 정책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진학 경쟁 압력을 감소시키고 공교육 서비스의 양과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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