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는 반도체 같은 국가안보, 첨단기술 문제에 얽힌 제품과 달리 화장품은 "돈에 관한 갈등"이라고 짚었다.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했던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많은 프랑스 기업의 경우 중국이 전체 매출의 30~35%를 차지한다"며 화장품 등 프랑스산 제품의 중국 내 판매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을 찾았던 미국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미국의 건강 및 미용 보조기구는 '국가안보' 문제가 아니다"며 "이 분야 수출 확대를 원한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중국 화장품 수입금액은 매년 10억달러씩 증가하다, 2018년부터는 연 30~40억 달러로 증가 폭이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에도 화장품 수입 금액만큼은 전년 대비 17%가량 증가해 200억 달러(26조5000억원)를 돌파했던 중국이다. 코로나 봉쇄 조치가 있었던 지난해 화장품 수입액은 10%가량 감소했는데, 코로나 규제가 풀린 올해 상반기 수입액 감소 폭은 14.1%로 커졌다.
이 와중에 중국 정부의 규제가 등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개별 화장품 회사에 성분, 제조 공정 세부 사항, 원자재 조달 방식, 정확한 제형 구성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해외 기업을 압박했다. 이 정보는 중국 당국이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데, 해외 기업들은 기밀 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해왔다. 유럽의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제품 안전을 가장해 영업 비밀을 공유하라는 것"이라며 "때문에 EU가 중국 정부에 공통 규제방안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7월 르메르 프랑스 재무부 장관이 각각 중국을 다녀온 뒤 "프랑스와 중국은 시장 접근과 제품 안전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 화장품을 둘러싼 규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EU를 대표해 협의 중이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또 르메르 장관은 자신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올해 말 이전에 파리에서 충족할 공통 표준을 만들기 위해 실무 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도 강조했다.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중국 내 판매 1, 2위 화장품이 로레알과 랑콤, 프랑스 브랜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중국으로 수입된 화장품, 세면도구, 향수 수입액은 54억 달러(7조1500억원)였는데, 올해 상반기는 이보다 6.2% 감소했다. 한국과 미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각각 22.2%, 19.8% 줄었다.
한편 외국 업체가 비운 자리는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NYT는 "외국 화장품 수입 감소분을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항저우에 본사를 둔 중국 브랜드 '프로야 코스메틱스'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