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14일 금융기관에서 1900억원을 빌렸다. 차입기간은 1년, 대출금리는 6% 후반대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우호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1200억원치 회사채를 발행하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건설은 지난달 100억원 규모 무보증 사채를 발행했는데, 금리가 10%에 육박한다. 동부건설도 사모사채를 9%대 금리에 발행했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은 이유는 시장이 불안해서다. 지난해 말 강원도 레고랜드발 신용경색으로 올해 초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는데, 금융당국이 당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언발에 오줌'식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디폴트를 최소화하라며 부실채권 만기를 6개월 이상 연장하도록 요청했다.
신용평가사들의 건설사들에 대한 사업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한국신용평가(한신평)·NICE신용평가(나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조정했다. 태영건설의 신용하락은 여러 사업장에 PF 신용보강을 제공해 3월 말 기준 PF 보증 규모가 2조4000억원까지 증가했기 때문. 특히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지방 비중이 높다는 게 재무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한신평과 한기평은 한신공영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다.
대형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여파를 겪는 GS건설도 신용등급 하락 위기다. 한기평은 GS건설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고, 나신평은 GS건설에 대한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신평동 최근 GS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GS건설은 검단아파트 사고로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 영업정지 8개월, 서울시 2개월 영업정지 요청 등 고강도 행정 처분을 받았다.
앞서 한기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등급·전망을 'A(부정적 검토)'에서 'A(부정적)'로 변경했다. 롯데건설에 대해서는 한신평과 나신평이 신용등급 및 전망을 각각 'A+(부정적)', HDC현대산업개발을 'A(부정적)'로 유지해 부정적 전망이 여전하다.
한 증권사 부동산 PF 관련 실무자는 "상반기 리스크를 하반기로 미뤄둔 결과, 자금시장이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묶어둔 결과 시장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차주들은 이자를 못내니 살려달라고 하고, 저축은행 등 대주들은 올해 초 때와는 달리 이제는 무수익자산이 너무 많아 연장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