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임상시험을 진행하다가 중단한 바이오기업이 최근까지도 속출했다.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를 겪는 모기업은 9개 연구 과제 가운데 6개를 중단했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제넥신 (6,140원 ▼140 -2.23%)은 최근 단장 증후군 치료제 'GX-G8'의 1상 임상시험을 스스로 중단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 조정이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연구 과제를 줄이겠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예산을 줄이려는 정부의 기조는 업계에서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대전 소재 바이오기업 관계자 A씨는 "최근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돼 각종 연구기관이 모인 대전이 시끌시끌한데, 대전은 바이오 벤처가 많이 모인 지역 중 하나"라며 "요즘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에 걱정 안 된다면 거짓말"이라고 귀띔했다.
임상시험 진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환자 모집'이다. 임상시험 준비를 마쳤어도 환자를 모으지 못하면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코로나19(COVID-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의 경우 코로나19 범유행이 소강상태에 이르자 환자를 모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져 중단한 곳이 적잖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제약 산업 육성 지원 예산을 줄이되, 혁신을 앞세운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예산 주머니를 더 열겠다는 입장이다. 가령, 백신 원부자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은 올해 79억원에서 내년도 129억원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국가 보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아르파-H'(ARPA-H) 설립엔 예산 495억원이 새롭게 책정됐다. 아르파-H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NIH(국립보건원) 산하에 만든 바이오헬스 연구 기관이다. 이를 한국에 맞게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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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예산 지원 규모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정부 투자액이 얼마냐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디에 쏟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